반려동물을 며칠간 맡겨두고 잠적하는 방식으로 유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 애견호텔과 애견카페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각양각색의 수법으로 동물을 유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과 교육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부천시에서 애견호텔을 운영하는 성모씨(36)는 지난 7월 고객이 맡긴 뒤 데려가지 않은 반려견을 3개월째 키우고 있다. 4박5일간 반려견을 맡기겠다던 주인은 계약기간이 끝났는데도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핑계로 찾아오지 않다가 연락을 끊어버렸다. 그가 입은 피해액은 밀린 호텔비와 질병 검사 비용은 물론 다른 강아지를 받지 못해 발생한 손해까지 합쳐 400만원에 이른다. 성씨는 “경찰서에 찾아갔지만 길이나 산에 유기한 게 아니고, 견주가 나중에 찾아올 가능성도 있어 동물 유기로 보기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며 “밀린 호텔비를 받으려면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 같은 반려동물 유기 사례 관련 처벌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애견숍 주인이라는 글쓴이는 “법적 처리가 미미해 업체가 강아지를 처리하려 해도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며 “이를 잘 아는 사람들이 애견카페에 반려동물을 맡기고 잠적해버린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사례가 늘자 애견호텔 등 위탁업체 운영자 사이에서는 고객과 계약서를 쓸 때 계약기간 후 며칠이 지나도 반려동물을 찾아가지 않으면 반려동물의 소유권이 위탁업체로 넘어간다는 조항을 넣는 등의 ‘팁’이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소유권을 이전받아도 동물보호소에 보내면 안락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업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조현정 활동가는 “동물 유기는 현행법상 3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 대상에 그친다”며 “벌금을 높이는 등 처벌을 강화하고, 동물 입양 시 관련 교육을 받게 해 유기가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반려견을 키우려면 반려견 학교에서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하고, 독일 일부 주에서는 반려견 입양 시험에 통과해야만 입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