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 수사 58일 만에 구속됐다. 관련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던 정 교수 신병이 확보되면서 검찰의 칼끝이 조 전 장관으로 향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4일 새벽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정 교수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범죄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된 데다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정 교수는 곧바로 정식 수감 절차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청구한 구속영장에서 △딸 조모 씨의 위조된 동양대 표창장 등을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사용한 업무·공무집행 방해 △사모펀드 투자금 약정 허위신고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차명주식 취득 △동양대 연구실과 서울 방배동 자택 PC 증거인멸 등 11개 범죄 혐의를 적시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과 정 교수 측 변호인은 7시간에 걸쳐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고위 공직자의 부인이 사회적 지위를 부정하게 이용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중대하고 죄질이 나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모펀드와 관련한 범행에선 주범에 가까운 역할을 했다는 점도 구속 수사가 필요한 이유로 들었다.
정 교수측 변호인은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들이 법리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자녀의 인턴 활동 의혹과 관련해서는 어느 수준까지를 허위 스펙으로 봐야 할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의 혐의 소명이 상당 부분 이뤄졌다고 판단하면서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정 교수의 건강 상태가 주요 변수였지만 법원은 양측이 제시한 의료 기록 등을 토대로 구속 수사를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속영장 발부는 2개월에 걸쳐 진행된 검찰 수사에 대한 사법부의 1차 판단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검찰은 그동안 일었던 수사 정당성 논란을 털어낼 수 있게 됐다. 검찰은 최대 20일 동안 구속 수사를 한 뒤 정 교수를 재판에 넘기게 된다.
정 교수 구속으로 조 전 장관에 대한 소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커졌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에게 적용된 혐의 중 상당 부분을 알고 있었거나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 교수가 사모펀드 투자처인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에프엠(WFM) 주식을 차명으로 매입한 의혹과 관련해선 매입 자금 일부가 조 전 장관 계좌에서 이체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WFM 주식 매입 당시인 2018년 초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했다. 공직자윤리법상 직접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자녀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허위 발급 의혹과 관련해서도 직접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조 전 장관이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정 교수 구속에 대한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물밑에선 당혹하는 기색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서 청와대가 언급하기 쉽지 않다"면서 "이후로도 입장을 내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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