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럽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지만 매출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해 사상 첫 흑자 가능성도 높아졌다. 동시다발적인 파이프라인(후보물질) 연구개발(R&D)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오시밀러 가파른 매출 성장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유럽 유통 파트너인 바이오젠이 22일(현지시간)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베네팔리, 플릭사비, 임랄디 등 3종의 바이오시밀러 판매액은 지난 3분기에 1억8360만달러(약 22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억3470만달러 대비 36% 증가한 수치다. 베네팔리, 플릭사비, 임랄디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류머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시밀러다.
제품별 판매액은 베네팔리 1억1590만달러, 플릭사비 1840만달러, 임랄디 4930만달러였다. 베네팔리는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5대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47%로, 40%대 초반에 머문 오리지널 의약품인 엔브렐을 넘어섰다.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플릭사비는 매 분기 10% 안팎의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임랄디는 지금까지 1억4900만달러의 누적 매출을 올려 동종 바이오시밀러 중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임랄디의 시장점유율은 올 1월 5%에 그쳤으나 3분기에는 15%로 높아졌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바이오시밀러 3종의 누적 매출은 5억4240만달러였다. 지난해 연간 매출(5억4510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유럽 이어 미국 시장도 공략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공격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제품 수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에만 임랄디, 항암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 등 바이오시밀러 2종을 유럽에 선보여 다국적 제약사 산도즈와 함께 업계에서 가장 많은 4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내년에는 라인업을 1개 더 늘릴 계획이다. 대장암 및 폐암 치료제인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인 SB8이 내년 상반기에 유럽 판매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하드리마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하드리마는 임랄디의 미국 판매명이다. 류머티즘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강직성 척추염, 건선 등의 치료제로 판매할 예정이다. 판매 시점은 오리지널 제조사인 애브비와 합의해 2023년으로 정했다.
지난해엔 미국 재향군인부 입찰을 따내 렌플렉시스(플릭사비의 미국 판매명)를 공급하고 있다. 계약 규모는 5년간 1억1749만달러다. 재향군인부는 한국의 국가보훈처와 비슷한 기관으로 전국 병원 네트워크를 보유하는 등 전역 군인을 위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연구진 규모 국내 최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업계 최대 규모의 R&D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 임상, 허가 담당까지 포함하면 전체 임직원 860여 명의 80%가 R&D를 맡고 있다. 석사, 박사 학위 소지자도 450명에 달한다.
이 같은 R&D 자원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공개한 8개 제품 외에도 후속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파이프라인이 늘면서 매출 증가폭도 가팔라지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해 3698억원이었던 매출이 올해 7000억원에 이르고 내년에는 1조4000억원으로 두 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영업적자 1028억원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700억원 안팎의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사진)은 “2016년 유럽에서 베네팔리를 처음 출시한 이후 매년 평균 1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제품이 다양해질수록 바이오시밀러 처방이 가능한 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후속 제품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