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김형준 검사 성접대 사건 재조명…스폰서 돈으로 내연녀 월세 내줘

입력 2019-10-23 10:03
수정 2019-10-23 10:04
'PD수첩'이 김형준 검사의 스폰서 사건을 재조명하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지적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 ‘PD수첩’은 뉴스타파와 공동 취재를 통해 2016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을 재조명하며 검찰 조직문화의 폐단을 드러냈다.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은 김형준 당시 부장검사가 고교동창 김 씨에게서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PD수첩’ 제작진은 김 씨와 김형준 검사 사이에서 오고간 각종 거래에 주목했다.

방송 중 공개된 내연녀의 경찰 진술에 따르면 ‘바텐더로 일하고 있는 곳에 김형준이 손님으로 자주 왔고, 2014년 12월경부터 2015년 1월 경 사이에 흔히 말하는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스폰서 김 씨는 김형준 검사의 술값 대부분 내는 것을 비롯해 김형준 검사의 내연녀 생활비까지 부담했다고 주장했다.

내연녀는 경찰 조사에서 김형준 검사에게 생활비, 용돈을 주로 현금으로 받아왔다고 밝혔다.

김 검사는 내연녀가 술집을 그만두고 오피스텔을 구하자 김 씨에게 월세를 해결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김 씨는 "내가 계약할까? 아니면 K(내연녀)에게 보낼까"라고 물었고, 김 검사는 "이번 달은 내가 줬고, 내년 초꺼 한꺼번에 챙겨주면 좋고"라고 했다. 이에 김 씨는 현금 800만 원을 인출해 김 검사의 내연녀에게 보증금 명목으로 전달했다.

스폰서 김 씨는 동업자에게 고소를 당하자 김형준 검사로부터 박수종 변호사를 소개받기도 했다.

이들은 거액을 들이면서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는 고양지청으로 사건을 이관하는 작전을 세웠으나, 계획이 무산되자 결별 수순을 밟았다.


김 씨는 김형준 검사의 성매매를 도왔다는 내용도 폭로했다. 하지만 그의 폭로에도 대검찰청에서는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까지 약 4개월 동안 수사를 하지 않았다.

스폰서 김 씨 사건은 마포 경찰서에 배당되었으나,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자 얼마 가지 않아 사건은 다시 서부지검으로 송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뇌물로 부장검사를 줬다고 하니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다. 계좌를 추적해보겠다고. 서부지검에서 큰일 난 거 나니냐? '감히 경찰이 검사를 수사해?'라는 프레임이 오랜 기간 있었다. 검사가 마음대로 처리하겠다고 하면 경찰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게 검찰 수사 지휘권의 폐단"이라고 비판했다.

박수종 변호사는 김 씨를 금전으로 회유하며 언론에 김형준 검사에 대한 이야기를 흘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당시 손영배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김형준 검사의 비위 사실 보도를 막으려는 거래에서 메시지 전달을 도왔다. 한겨레 기자는 보도 전 손영배 검사에게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손영배 검사는 ‘PD수첩’에 “박수종 변호사에게 (김 씨의 대리인인) 신현식 변호사의 연락처를 가르쳐준 것 외에는 모른다”고 답변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형준 검사는 2018년 12월 열린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김 검사는 법무부를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냈고 2019년 9월 승소했다.

이날 방송은 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 가구 시청률 6.2%(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다.

‘PD수첩’은 매주 화요일 밤 11시 5분 방송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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