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SK, 루브리컨츠 지분 美엑슨모빌에 판다

입력 2019-10-22 17:38
수정 2019-10-23 00:52
▶마켓인사이트 10월 22일 오후 4시45분

SK그룹이 세계 최대 석유화학기업인 미국 엑슨모빌에 윤활유 제조사인 SK루브리컨츠 지분 일부를 넘기고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

22일 정유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SK루브리컨츠 지분 일부를 엑슨모빌에 매각하는 협상에 나섰다. 엑슨모빌이 지난달 SK그룹에 ‘SK루브리컨츠 지분을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을 하면서 SK이노베이션이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SK이노베이션은 SK루브리컨츠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엑슨모빌은 SK루브리컨츠 지분 5% 이상을 인수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루브리컨츠(지분 100%)의 가치는 3조~5조원으로 평가받는다. 내년 4월까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이 세계적 정유사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쟁사인 GS칼텍스는 글로벌 석유화학회사 쉐브론,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각각 지분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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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윤활기유 1위+글로벌 공급망'
시너지 기대

SK루브리컨츠는 자동차용 윤활유에, 엑슨모빌은 산업용과 최고급 윤활유에 강점을 갖고 있다. 두 회사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조합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SK루브리컨츠의 주력 생산품인 윤활유는 원유에서 증류 정제한 기유(베이스 오일)에 화학회사가 제조한 첨가제를 섞어 만든다. SK루브리컨츠는 자동차에 주로 쓰이는 베이스오일 그룹3(상품명 유베이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다. 엑슨모빌이 SK그룹에 지분 제휴를 제안한 것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 시장에서 공동 전선을 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SK루브리컨츠는 엑슨모빌과의 제휴로 이 회사의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다. SK루브리컨츠는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고 있는 경쟁사들에 비해 미국과 유럽 판매망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석유 메이저 엑슨모빌이 지분을 갖게 되면 SK루브리컨츠의 기업 가치가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 대금을 미래 신성장 사업에 투자할 전망이다.

협상의 관건은 가격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은 SK루브리컨츠의 100% 가치를 4조~5조원으로 보는 데 비해 엑슨모빌은 3조원대로 평가하고 있다”며 “가격에 대한 입장 차를 줄이는 게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