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소재업체인 에코프로가 경북 포항시에 연산 3만t 규모의 2차전지 양극재 공장을 준공했다. 니켈 비중이 80% 이상인 하이니켈 양극재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올라서게 됐다.
에코프로는 창립 21주년을 맞은 22일 포항시에서 에코프로BM 5공장 준공식을 하고 본격 생산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은 “양극재 생산 규모가 충북 오창공장(2만9000t)을 포함해 5만9000t으로 늘어나 세계 1위이던 일본 스미토모메탈마이닝을 넘어서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국가 전략산업인 2차전지 소재 국산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뤄낸 쾌거라는 평가다.
하이니켈 양극재 선두로 올라서
에코프로는 이번 포항공장 준공으로 배터리 공장 증설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선 글로벌 2차전지 제조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정보기술(IT)과 모바일 중심이던 소형 배터리시장이 대형 전기차 배터리 시대로 전환하는 가운데 에코프로가 본격적인 설비 증설의 포문을 연 것이다. 전기차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도래하자 2차전지 제조사들은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하이니켈 양극재를 사용하는 초고용량 배터리 소재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에코프로가 1800억원을 투입한 포항 5공장에 이어 2023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자해 50만㎡ 규모의 포항 집적단지화 건립을 추진하는 이유다. 양극재는 니켈 망간 등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양극활성화 물질이다. 이 회장은 “안정적인 소재를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시설투자에 공동 참여하는 등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2004년 대일 의존도가 높던 초고용량 양극재 국산화에 성공한 에코프로는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하이니켈 분야 양극재 개발 기술력과 경험을 10여 년간 축적해왔다. 2008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를 삼성SDI에, 2013년 무라타(옛 소니)에 각각 공급했다. 고용량 양극재인 NCM811(니켈·코발트·망간 비중 8 대 1 대 1)을 2017년 SK이노베이션에 납품하면서 국내 3대 메이저 배터리업체 중 두 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글로벌 2위로 올라섰다.
양극재 원료 공급체인 포항에 집적화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을 위한 하이니켈계 양극재를 생산하려는 국내외 업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에코프로와 후발업체 간 간격이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조만간 니켈 비중 90% 이상의 NCM도 상용화해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더 벌리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과의 거래가 늘어나면서 2015년 1000억원을 돌파한 에코프로의 매출은 지난해 6694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내년에는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에코프로는 2017년 양극재 전 단계 물질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에코프로GEM을 포항에 설립했다. 중국 금속 배터리 재생전문기업인 GEM사와의 합작투자 법인이다. 수입에 의존하는 고가 원료인 코발트 망간 등을 폐배터리로부터 수거하는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도 선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7월 포항을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선정했다. 이 회장은 “양극재 원료인 리튬과 니켈, 코발트를 가공하는 공급체인도 포항에 계열화해 전기차 시대 글로벌 1위로 앞서가겠다”고 강조했다.
포항=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