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세계 최초로 신기술을 적용한 초저유황 선박유(VLSFO) 생산공정(사진)을 개발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로 VLSFO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VLSFO 생산공정의 국내 특허를 출원하고 다음달 제품 판매에 들어간다고 21일 발표했다. VLSFO는 황 함량이 0.5% 미만인 친환경 선박유다. IMO는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전 세계를 운항하는 모든 선박유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제한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강화된 IMO 기준에 대응하기 위해 고도화 설비에 신기술을 접목했다. 고도화 설비는 값싼 중질유를 재분해해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와 경유 등 경질유로 바꾸는 설비다. 혼합유분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아스팔텐 성분을 제거한 게 핵심이다. 아스팔텐은 필터와 배관 등을 막아 선박의 연비를 떨어뜨리고 심하면 연료 주입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 현대오일뱅크는 2010년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된 뒤 고도화 설비에 집중 투자한 결과 고도화 비율이 40.6%로 국내 4개 정유사 중 가장 높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신공정 개발로 기존 설비를 활용하면서도 다양한 유분을 폭넓게 배합할 수 있어 VLSFO 수요 증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VLSFO가 기존 고유황 선박유보다 30%가량 비싼 만큼 현대오일뱅크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리서치 업체인 에너지애스펙트는 내년 글로벌 선박유 시장에서 VLSFO의 점유율이 50%(하루 200만배럴)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VLSFO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하루평균 1억6000만달러(약 1800억원) 규모 시장이 새로 열릴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외 해운사로부터 VLSFO 장기계약 물량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현 현대오일뱅크 중앙기술연구원장은 “강화된 환경규제를 준수하는 고품질 VLSFO를 앞세워 글로벌 정유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