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을 일으킨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21일 공식 사과하고 거취를 업계 뜻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회장은 주변에 잘못을 인정하고 즉각 사임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이날 사과문을 내고 “저의 부덕함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제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관계되는 각계 각층에 계신 많은 분들의 의견과 뜻을 구해 그에 따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한 방송은 권 회장이 운전기사와 홍보실 직원에게 폭언을 한 녹취록을 입수해 공개했다.
아르헨티나 출장 중이던 권 회장은 논란이 벌어지자 18일 귀국 후 즉각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CEO들이 이를 만류했다. 자본시장 과세 개편, 퇴직연금 자동투자제도(디폴트 옵션) 도입 등 굵직한 사안들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임자가 마땅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증권사 사장은 “금융투자협회장은 선출제라서 새 회장을 뽑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권 회장만한 적임자도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키움증권 사장을 역임한 권 회장은 지난해 1월 금융투자협회 선거에서 당선됐다. 임기는 2021년 2월까지다. 소수의 이사회 멤버가 특정 후보를 추대하는 은행·보험업계와 달리 금투협회장은 회원사(증권·자산운용사)가 분담금 비율에 따라 차등해 배정받는 표결권으로 직접·비밀투표로 뽑는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