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선 시황 9년 만에 최고…컨테이너선은 뒷걸음질

입력 2019-10-21 16:29
수정 2019-10-21 19:15

철광석과 석탄, 곡물 등 건화물 시황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BDI)가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팬오션과 대한해운 등 국내 벌크선사 실적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반면 화물을 규격화된 컨테이너 박스에 담아 운반하는 컨테이너선 시황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국내 대표 컨테이너선사인 현대상선은 내년부터 도입 예정인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벌크선 운임 오르자 실적도 개선


21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발틱해운거래소가 집계하는 BDI는 지난달 4일 2518포인트를 기록했다. 2010년 11월 3일(254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올 상반기 평균 BDI(895)보다 세 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BDI는 9월 말 이후 소폭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BDI 상승 효과로 하림그룹 계열 벌크선사인 팬오션은 2014년 1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22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954억원을 기록했다. SM그룹 해운 부문 벌크선사인 대한해운도 상반기 76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보다 9.8% 증가한 수치다. 5월 이후 급등한 BDI지수가 실적에 전체적으로 반영되는 하반기엔 영업이익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내년부터 도입 예정인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가 벌크선 업황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란 분석도 있다. IMO는 내년부터 모든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 기준을 기존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 규제를 맞추기 위해선 선박들이 운항을 멈추고 탈황설비(스크러버)를 설치해야 한다. 스크러버 장착에는 통상 3개월 정도 걸린다. 이 때문에 선박 공급량이 줄면서 화물 운송 운임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급 과잉 시달리는 컨테이너선

컨테이너선 시황을 나타내는 SCFI는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달 11일 SCFI는 715로, 올 1월 최고점(968)에서 30% 넘게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8~10월은 해운업의 전통적 성수기임에도 SCFI는 800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계의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이 여전한 탓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수출입 화물시장 전망이 어두운 것도 이유로 꼽힌다. 벌크선과 달리 공산품을 실어나르는 컨테이너선 시장은 무역분쟁에 따른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실제 올 상반기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은 전년보다 8.1% 감소했다. 컨테이너선이 주력인 현대상선과 흥아해운은 각각 2185억원과 26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태평양 노선의 극동발(發) 컨테이너 물동량에서 중국 비중은 70%에 가깝다”며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을 10% 줄이면 물동량이 6.8%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컨테이너선사의 몸집 불리기도 여전히 부담이다. 글로벌 선사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와 초대형 선박을 통한 운송단가 인하로 중소형 업체를 고사시키는 작전을 펴고 있다. 현대상선은 내년 4월 인도받는 2만3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12척 등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앞세워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목표다. 대형 선박으로 TEU당 운송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