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 시장의 주축인 외국계 증권사 핵심 인력의 세대교체가 가속화하고 있다. 40~50대 인력들이 사모펀드(PEF)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기업으로 대거 이직함에 따라 30대 젊은 기수들이 대표 선수로 자리잡고 있다.
40대 뱅커들 잇따라 이직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외국계 증권사의 상무급 이상 인력들이 잇따라 이직하고 있다. UBS에서 M&A를 담당하던 김철환 상무는 최근 외국계 PEF인 CVC캐피탈로 이직했다. JP모간의 송창빈 상무와 배동근 상무는 각각 CJ ENM과 블루홀(현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자리를 옮겼다.
중소·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으로의 이동도 활발했다. 다이와증권에서 M&A를 담당하던 함희준 전무는 바디프랜드 글로벌전략본부장으로 이동했다. 윤주노 전 모건스탠리 상무는 싱가포르의 한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IB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PEF 운용사들이 IB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40대 이상의 중견 임원을 영입하는 추세”라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이 자금 유치나 기업공개(IPO), 매각 등을 위해 IB 인력을 영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M&A 자문 핵심 업무에 30대 뱅커 배치
외국계 증권사의 40~50대 인력이 빠져나간 자리는 자연스럽게 30대 인력이 메우고 있다. 특히 IB의 고객인 기업과 PEF 내부 M&A 담당자의 연령층이 낮아지면서 최근 트렌드에 민감하고 실무에 능통한 젊은 뱅커를 선호하는 것도 30대 인력에게 힘을 실어주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주요 M&A 거래에서 활약하고 있는 30대 뱅커로는 심종민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상무와 민재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상무, 박진우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상무, 조솔로 JP모간 상무, 조혁일 스탠다드차타드(SC)증권 이사 등이 꼽힌다.
심 상무는 최근 IB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 뉴욕대 출신인 심 상무는 젊은 CS를 이끄는 이경인 대표 체제의 핵심 실무자로 꼽힌다. 서브원과 금호타이어 매각, 블루홀 투자 유치 등 다양한 거래를 자문할 수 있어 팔방미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비롯해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 지오영, 웅진식품, 한라시멘트 등 올해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수임한 대형 거래 자문에서 실무자로 참여한 민 상무는 올해 자문한 거래금액만 4조6144억원에 달한다. SK바이오팜 IPO 자문도 맡고 있어 실적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35세인 BoA메릴린치의 박 상무는 올해 IMM PE의 린데코리아 인수 자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항공부품 제조업체 EDAC 인수 자문 등으로 나이와 연차에 비해 뛰어난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ADT캡스과 휴젤 인수를 맡는 등 굵직한 거래를 담당하며 ‘라이징 스타’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38세의 나이에 도이치증권 등을 포함해 유럽계 IB에서만 13년의 경력을 쌓은 JP모간의 조 상무는 지난해 JP모간에 합류하자마자 포스코의 호주 갤럭시리소스 인수 자문을 맡아 존재감을 보였다. 서울과학고와 KAIST 전산학과를 졸업한 조 SC증권 이사는 PEF에서 출발해 IB로 이직한 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SSG닷컴 투자와 테크로스의 LG전자 수처리사업 자회사 인수 자문 등을 맡았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