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그랩 이어 인도 '트럭 물류 유니콘' 리비고에 투자

입력 2019-10-21 15:27
수정 2019-10-21 15:28
KB금융이 인도 트럭 물류업계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리비고(Rivigo)’에 투자했다. 지난 6월 동남아시아 차량 공유 기업인 ‘그랩’에 투자한 데 이어 아시아 전역으로 투자 대상을 넓히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최근 계열사인 KB인베스트먼트에서 운용하는 KB글로벌플랫폼펀드를 통해 리비고의 시리즈E 투자에 참여하기로 확정했다. 구체적인 투자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의 대형 사모펀드 워버그핀커스가 주도하는 이번 라운드 총 투자 유치 금액은 6500만달러(약 768억원) 수준으로 올해 말께 펀딩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라운드에서 리비고는 10억5000만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4년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출신 디팍 갈그와 가잘 칼라가 독립해 설립한 트럭 물류 스타트업 리비고는 창업 5년 만에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이 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구가 13억 명에 달하는 인도는 물류 시장 규모만 300조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인도 국내 물류의 중심 축인 트럭 운송 시장은 200여만 개의 영세업체가 난립해 있다. 트럭이 한 시간에 평균 20㎞밖에 이동하지 못할 정도로 인프라도 열악하다.

리비고 창업자들은 릴레이(계주) 모델이란 독특한 운송 시스템을 개발했다. 델리 방갈로 뭄바이 등 대도시를 잇는 핵심 노선에 75곳의 자체 휴게소를 설치하고, 한 대의 트럭을 특정 구간을 전담하고 있는 운전기사가 교대로 운행함으로써 트럭이 거의 하루 종일 가동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리비고는 평균 4~6일이던 델리~방갈로 노선의 운송 시간을 44시간으로 줄이는 등 기존 업체에 비해 배송 속도를 50~70% 단축했다.

한 운전기사가 동일 노선을 한 번에 5시간까지만 운행하고 휴식을 취한 뒤 반대 방향의 트럭으로 교대해 돌아오기에 사고율이 낮아지고, 삶의 질도 개선됐다. 차량에 부착된 11개 센서를 통해 24시간 화물 관리 상태와 운전기사 상태를 점검한다. 속도와 신뢰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리비고는 애플, 아마존, 코카콜라, 포드, 샤오미 등 1500개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K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인도 물류 시장은 2025년 53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투자 배경을 밝혔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