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겪으면서 그 어떤 회계법인보다 절실하게 회계 개혁을 준비해왔습니다. 감사 품질은 회계법인의 존재 이유이자 회계사에겐 목숨처럼 사수해야 할 가치입니다.”
전용석 딜로이트안진 감사본부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고 수준의 감사 품질을 확립하기 위해 성과평가 지표 등을 선도적으로 개선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딜로이트안진은 2015년 분식회계 사태가 터졌던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인이었다. 안진은 2017년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묵인·방조한 혐의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1년간 업무정지 제재를 부과받았다. 이에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1월 1심에서 승소했다.
전 본부장은 “한 번 아파본 사람이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듯이, 안진도 대우조선해양 아픔을 겪은 뒤 감사 품질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안진으로부터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들은 자랑스러워해도 될 정도로 고도의 감사 품질을 사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딜로이트안진은 주요 회계법인 가운데 가장 먼저 감사 업무를 맡은 파트너(임원)들의 평가지표에서 ‘감사 품질’ 항목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렸다. “2017년 평가지표에 감사 품질 항목을 30%에서 70%로 높인 뒤 다른 회계법인들이 과연 이 같은 평가지표로 영업 등 경영 성과를 낼 수 있느냐고 물어 올 정도로 파격적인 변화였다”고 전 본부장은 설명했다.
그는 ‘딜로이트안진이 신(新)외부감사법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았다. ‘신외감법’의 핵심 제도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따라 딜로이트안진이 내년부터 3년간 삼성전자 감사인을 맡았기 때문이다.
전 본부장은 “40년 넘게 감사인을 바꾼 적이 없고 약 250개에 달하는 해외 계열사를 거느린 삼성전자의 감사인 교체와 관련해 많은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해 연도에 처음으로 감사(초도감사)를 맡는 회사의 회계감사 기준에 따라 절차대로 감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해외 계열사와의 연결 감사와 관련해선 “해외 법인과의 내부 거래 등을 이해해야 하는 데다 연결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 의견을 내야 하기 때문에 모기업 감사인은 통상적으로 해외 법인 절반 수준을 함께 감사하게 된다”며 “앞으로 이 부분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1970년대부터 삼일회계법인에 외부 감사를 맡겼고 해외 법인의 경우 삼일의 제휴사인 PwC에 외부감사를 맡겨왔다. 앞으로 이 중 상당 부분을 안진의 제휴사인 딜로이트가 맡을 가능성이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