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돌아온 미세먼지

입력 2019-10-21 17:40
수정 2019-10-22 00:23
‘불청객’ 미세먼지가 다시 찾아왔다. 어제 새벽 서쪽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기 시작해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기준인 ㎥당 35㎍을 속속 넘어섰다. 올가을 들어 처음으로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가 발령돼 공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차량 2부제가 시작됐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여지없이 나타나는 미세먼지는 이제 거의 ‘숙명’처럼 돼버렸다. 그럼에도 정확한 발생원(源)별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도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분석 결과가 없다. 중국으로부터 유입, 경유차, 화력발전소, 건설현장 등이 주요 발생원으로 꼽히는 정도다.

지난 4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반기문)가 출범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안 보인다. 최근 발표한 1차 정책 제안은 석탄발전소 일부 가동 중단,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및 차량 2부제 병행, 단속 강화와 배출 엄단 등을 담았지만 원인 진단은 없고 기존 대책을 재탕하는 데 그쳤다.

미세먼지의 발생원 자체가 매우 다양하고 계절에 따른 기류의 영향 등이 복잡하게 작용하는 만큼 정확한 원인 규명이 쉽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최소한 계절별 국내외 요인 간 비중 정도는 나와야 대책다운 대책을 만들 수 있지 않겠나. 지금까지는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으로 차량과 발전소를 규제하는 식이었다. 이런 면피 행정으론 미세먼지 없는 세상은 요원하다.

중국발 미세먼지 분석에 조금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마침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이 다음달 초 방한해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맑은 하늘 프로젝트’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다고 한다. 2017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미세먼지 원인 규명과 저감을 위한 양국 공동의 현장 관측 조사 사업이다. 다음달 24일 열리는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을 분석한 ‘동북아 장거리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 보고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미세먼지에서 중국의 영향은 계절별로 30~70%가량이라고 한다. 그간 ‘미세먼지 책임론’을 부정해온 중국이 이번 회의에서 태도 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미세먼지 대책에서 주변국과의 협력은 특히 중요하다. 국립환경과학원과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공동으로 미세먼지 원인 조사를 시작한 뒤 중국의 태도가 많이 누그러진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