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달콤한 향기를 내뿜으며 살포시 다가온다. 원색으로 유혹할 채비를 서두르더니 감미로운 바람은 오감의 체온을 살짝 올려준다.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조용히 내뱉으며 상상의 밑뿌리로 가을 서정을 더듬어본다. 작지만 힘차게 뛰고 있는 심장의 요동을 느끼고,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자메 티소(1836~1902)는 이런 가을의 감성을 화폭에 수놓았다. 1876년에 그린 ‘10월’은 가을의 속살을 농익은 붓질로 담아낸 대표작이다. 공원에 흩어진 낙엽을 밟으며 걷다가 뒤돌아보는 여인의 멋진 뒤태를 스냅 사진처럼 포착했다. 옆구리에 책을 한 권 끼고 황금빛의 가을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화려하고 우아하다.
화면에 등장하는 여인은 티소의 연인이자 모델인 캐슬린 뉴턴이다. 당시 뉴턴은 아버지가 다른 세 아이를 키우는 이혼녀였다. 하지만 티소에게 뉴턴은 창작혼을 자극하는 뮤즈였다. 그는 뉴턴이 1882년 28세에 결핵에 걸려 세상을 떠날 때까지 동거하며 많은 작품을 남겼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