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경제가 ‘절대 군주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종전의 법과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뉴노멀 시대에 ‘정치가(statesman: 다음 세대와 국민 생각)’가 아니라 ‘정치꾼(politician: 다음 선거와 자신의 자리만 생각)’이 판치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특정국 경제는 최고통수권자의 역할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최고통수권자가 제 역할을 못해 경제가 무너진 국가가 의외로 많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4년 전 탄핵 시위에 몰렸던 올랑드 대통령은 테러, 난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나라 안팎에 수북이 쌓여 있는 현안을 처리하지 못해 경기가 수렁에 빠지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겨줬다.
자신이 부패를 저질러 놓고 전·현직 대통령 간에 ‘누가 많고 적으냐’ 싸움을 벌이다 경제가 망가진 국가도 있다. 브라질이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국영 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의 뇌물 사건에 휘말리면서 탄핵을 당해 대통령직에서 쫓겨났다. 지금도 부패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너무 많이 퍼주다가 국민에게 외면당하고 탄핵에 몰린 최고통수권자도 있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다. ‘장기 집권’이라는 오로지 개인 목적만을 위한 포퓰리즘적인 재정지출로 경제가 파탄난 지 오래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조국을 등진 베네수엘라 국민만 전체의 20%가 넘는다.
갑질을 일삼다가 추락한 최고통수권자도 있다.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초만 해도 강력한 마약사범 단속 등이 성공하면서 국민 지지도가 한때 90%를 넘었다. 하지만 높은 지지도를 악용해 인사 등에 무리수를 두고 비정상적인 외교정책으로 미국 등 전통적인 동맹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미·중 간 경제패권 다툼에서 줄을 잘못 서 어려움에 처한 최고통수권자도 의외로 많다. 가장 극적으로 변한 최고통수권자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바마 지우기’ 일환으로 이란과의 핵협정을 포기하고 경제제재 조치를 재개했다. 다급해진 하산 대통령은 중국과 협력 관계를 모색하다가 금융시장이 난기류에 빠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비슷한 처지다. 미국인 목사 인질사건에다 테러 적성국에 무기를 팔아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인 감정싸움까지 벌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가부도 위험에 직면하자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으나 최대 의결국인 미국의 반대에 부딪혀 수포로 돌아갔다.
‘또 다른 10년’을 앞두고 우려되는 것은 세계 경제를 이끄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마저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취임 이후 20일 만에 1차 탄핵설, 100일 만에 2차 탄핵설, 1년 전 3차 탄핵설을 어렵게 넘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4차 탄핵설만큼은 내년 11월에 치러질 대선과 맞물려 고난이 예상된다.
지난번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마련해야 한다. 옥토버 서프라이즈란 ‘대선 직전 달인 10월에 발생한 뜻하지 않은 사태’로 그때까지 불리한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를 말한다. 미·중 마찰 등 어느 하나 표심을 얻을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어디서 또 한 차례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만들어낼지 관심사다.
시 주석도 마찬가지다. 올 3분기 성장률이 27년 만에 최저치인 6%로 떨어졌다. 구조적 문제인 3대 회색 코뿔소 현안을 제때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협상, 홍콩 사태 등에 잘못 대응한 것이 경기 둔화 요인으로 꼽힌다. 더 우려되는 것은 물가마저 크게 올라 인민의 경제 고통이 급등하면서 ‘제3차 톈안먼 사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점이다.
제3의 톈안먼 사태가 일어난다면 자연스럽게 ‘시 주석 축출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1976년 1차 톈안먼 사태 이후 덩샤오핑 실각, 1989년 2차 톈안먼 사태 이후 자오쯔양에서 장쩌민으로 권력 이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의 부패 척결 과정에서 밀려난 권력층을 중심으로 시진핑 퇴출 작업이 시작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경제를 망칠 그다음 최고통수권자는 누가 될까? 일단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눈에 들어온다. 인위적인 엔저로 경기를 부양한 아베노믹스가 막다른 골목길에 다다르고 있는 데다 대(對)한국 수출 통제 등 악수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