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브렉시트' 오늘 결정…부동표 '36표'가 영국 운명 가른다

입력 2019-10-19 19:38
수정 2020-01-16 00:02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운명이 오늘 결정된다.

19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은 새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토론한 뒤 승인투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과 유럽연합(EU)은 EU 정상회의 개최 직전인 지난 17일 오전 브렉시트 재협상 합의에 성공했다. 양측은 북아일랜드를 실질적으로 EU 관세 및 단일시장 체계에 남겨두는 방안에 합의했다.

합의안이 영국 하원 승인투표를 통과하려면 과반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통과를 위해서는 하원의원 650명 중 하원의장(보수당)과 부의장 3명(보수당 1명, 노동당 2명), 아일랜드 민족주의자 정당인 신페인당 의원 7명 등 11명을 제외한 639명의 과반인 '320표'가 필요하다.

합의안 통과 여부는 표결 당일인 19일 현재도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 보수당에서 투표권이 있는 의석수가 287석에 불과해 통과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브렉시트가 아예 불발되거나 추가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노동당 내 브렉시트 지지론자 등이 일부 찬성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투표 결과는 더욱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BBC 방송은 합의안 찬성이 302표, 반대 301표, 부동표가 36표라고 분석했다. 부동표 '36표'가 영국의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집권 보수당에서 쫓겨난 무소속 의원 등은 존슨 총리로 하여금 브렉시트를 연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하려 하고 있다.

보수당 출신인 올리버 레트윈 경(무소속)은 브렉시트 이행법률이 마련될 때까지 합의안에 대한 최종 승인을 유보하는 수정안을 상정했다.

레트윈 경은 자신의 수정안 제안이 영국과 EU 간 합의를 막자는 취지가 아니며, 존슨 총리가 합의안에 대한 지지를 얻더라도 법률상 브렉시트 시한인 10월 31일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의회는 '노 딜' 브렉시트(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에서 탈퇴해버리는 상황)를 막기 위해 유럽연합(탈퇴)법, 일명 '벤 액트'(Benn Act)를 제정한 바 있다.

벤 액트는 EU 정상회의 다음 날인 19일까지 정부가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하거나,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 승인을 얻도록 한 내용이 주요 골자다. 만약 둘 다 실패하면 존슨 총리가 EU 집행위원회에 브렉시트를 2020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이날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존슨 총리는 EU에 브렉시트 연장을 요청해야만 한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연장 절대 불가 입장을 밝혀왔다.

BBC는 총리실 관계자를 인용, “만약 레트윈 경의 수정안이 하원 표결에서 가결되면 존슨 총리가 이날 브렉시트 합의안 상정을 취소하고, 승인투표를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합의안이 승인투표에서 가결되면 정부는 나머지 절차를 신속히 진행한 뒤 예정대로 오는 31일 브렉시트를 단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부결될 경우 유럽연합(탈퇴)법에 따라 브렉시트가 3개월 추가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 총리는 지난해 11월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했지만 지난 1월과 3월 압도적인 표 차이로 부결됐다.

메이 전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 중 법적 구속력이 있는 EU 탈퇴 협정만 따로 하원 표결에 부쳤지만 역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브렉시트는 당초 3월 29일에서 10월 31일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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