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인 SK E&S가 2017년 관세청에 추징당한 세금 1599억원을 돌려받는다. 조세심판원이 “관세청의 세금 부과가 잘못됐다”며 SK E&S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관세청이 과거 두 차례 조사를 통해 무혐의로 결론 낸 사안을 또다시 문제 삼아 과세한 게 ‘철퇴’를 맞았다는 점에서 ‘세무조사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조세심판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정문을 이날 광주세관과 SK E&S에 보냈다. 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는 행정소송으로 가기 전 단계지만 납세자가 이기면 세금을 돌려받고 끝난다. 관세청은 법원에 항소할 수 없다. SK E&S가 돌려받을 세금은 작년 당기순이익(1675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포스코도 같은 사안으로 1468억원을 부과받은 만큼 이번 사건으로 정부가 기업에 돌려줘야 할 세금은 300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조세심판원은 SK E&S가 부가가치세를 덜 내기 위해 LNG 수입가격을 시세보다 낮게 신고했다는 관세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SK E&S와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2004년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이 개발한 인도네시아 탕구가스전 LNG를 100만btu(열량단위)당 3.5~4.1달러에 20년(2006~2026년) 동안 각각 연간 60만t과 50만t 수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관세청은 계약가격이 시세에 비해 너무 낮다는 이유로 이 가격을 인정하지 않고 가스공사가 2013~2015년 같은 광구에서 수입한 가격(11~16달러)을 근거로 SK E&S와 포스코에 각각 1599억원과 1468억원의 부가가치세와 가산세를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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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쌀 때 20년 장기계약…가스公과 비교 잘못"
광주세관은 SK E&S의 액화천연가스(LNG) 계약가격이 시세보다 훨씬 낮게 설정된 배경에는 글로벌 석유 메이저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있다고 봤다. SK E&S가 도입하는 인도네시아 탕구 LNG 컨소시엄 지분 37%를 가진 BP는 기본합의서 체결 직후인 2003년 12월에 SK전력(2011년 SK E&S에 흡수합병) 지분 35%를 사들였다. BP가 판매자이자 구매자가 된 셈이다. 관세청은 BP가 해당 LNG의 판매가를 움직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가정 아래 ‘LNG 계약가격 저가 책정→부가가치세 감소→SK전력 이익 증가→SK전력 주주인 BP 배당 확대’ 시나리오를 꾸민 것으로 판단했다.
조세심판원의 판단은 달랐다. 일단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였던 2003~2004년에 20년 장기계약을 맺은 SK E&S의 거래가격과 유가가 100달러에 달했던 2013년에 4년 단기계약을 체결한 가스공사의 거래가격을 단순 비교한 것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봤다.
또 BP의 컨소시엄 지분율(37%)을 감안할 때 LNG 판매가를 단독으로 책정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LNG 판매가를 낮추는 게 BP에 이익이 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정했다. 아울러 SK와 BP가 기본합의서를 체결했을 때는 특수관계가 아니었던 데다 2010년 SK가 BP가 보유한 SK전력 지분 35%를 전량 매입해 특수관계도 끝난 만큼 최소한 관세청이 부과한 추징대상(2013~2016년 도입분)은 ‘고의적인 부가세 축소’가 아니라고 결정했다. 서울세관이 2007년과 2013년 두 차례 조사를 통해 계약가격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관세청은 2016년 SK E&S에 대한 세 번째 조사에 착수, 당시 부가세 제척기간이 끝나지 않은 2013~2016년 수입분에 대해 세금을 추징했다.
오상헌/서민준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