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혈관 부풀어오르는 뇌동맥류…5㎜ 이상 땐 파열 위험에 따라 수술해야"

입력 2019-10-18 19:12
수정 2019-10-19 00:47

“건강검진 등에서 뇌동맥류 진단을 받으면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습니다. 뇌동맥류는 터지면 위험하지만 터지지 않은 동맥류는 당장 터질 확률이 높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말고 의료진과 적절한 치료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조동영 이대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사진)는 “뇌동맥류의 위험인자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족력과 관련이 있다”며 “여성 환자가 많기 때문에 뇌동맥류 진단을 받은 가족이 있는 여성이라면 뇌동맥류가 있는지 검사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뇌혈관 기형·협착 등을 치료한다. 뇌동맥류와 뇌동맥 박리 분야 연구를 주로 한다. 최근에는 동물 모델을 활용해 뇌경색을 줄기세포로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뇌동맥류는 뇌 동맥에 혹이 생기는 질환이다. 뇌혈관 안쪽 벽이 손상되면서 혈관 벽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뇌동맥류가 생기는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인 원인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40~60대 환자가 많고 여성에게 많이 생긴다. 환자 20% 정도는 여러 곳에 뇌동맥류가 생긴다. 뇌동맥류는 파열되면 지주막하 출혈로 이어진다. 이때 사망률은 50%에 달한다. 장애 없이 회복하는 환자는 20%에 불과하다. 뇌동맥류가 터지기 전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 교수는 “뇌동맥류가 터진 뒤 사망하지 않고 병원을 찾으면 터진 부분에 피딱지가 생긴 상태인데 이렇게 멈춘 뇌동맥류는 한 달 안에 다시 터질 위험이 70%를 넘는다”며 “재파열되면 거의 사망하기 때문에 한 번 터진 뇌동맥류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했다.

터지기 전의 뇌동맥류는 대부분 증상이 없다. 건강검진을 하면서 뇌혈관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환자가 많다. 종종 만성 두통이나 어지럼증 때문에 검사를 하다가 뇌동맥류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이런 증상이 뇌동맥류 때문에 생긴 게 아닌 환자가 많다. 뇌동맥류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치료를 고심하는 이유다. 조 교수는 “뇌동맥류를 치료할 때는 그대로 뒀을 경우 나중에 터져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은지, 치료 과정에서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높은지 등을 고려해 치료로 인한 이득이 클 때만 치료한다”고 했다.

치료법은 두개골을 열고 금속 클립을 이용해 문제가 된 혈관을 막는 수술과 허벅지 쪽 동맥으로 관을 넣어 뇌동맥류에 코일을 넣어 막는 혈관 내 수술법으로 나뉜다. 두개골을 열고 하는 수술과 혈관 내 수술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환자들은 회복이 빠른 혈관 내 수술을 선호하지만 모든 뇌동맥류를 혈관 내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허벅지 동맥을 통해 동맥류까지 접근하기 어려울 때는 머리를 여는 수술을 해야 한다.

동맥류는 매년 0.1~1% 정도씩 터질 위험이 높아진다. 치료 계획을 세울 때 환자 나이, 동맥류 위치, 크기 등을 고려해야 한다. 대개 크기가 5㎜ 이상인 뇌동맥류가 치료 대상이다. 3~5㎜ 크기라면 파열 위험에 따라 수술을 결정한다. 3㎜ 미만 뇌동맥류는 대부분 1~2년마다 뇌혈관 MRI나 CT를 찍으며 동맥류 모양이 바뀌는지 확인한다.

조 교수는 “수술을 하려고 열고 보면 혈관벽이 얇아져 부풀어 오른 사람이 있다”며 “이런 동맥류가 쉽게 터질 것으로 추측하고는 있지만 눈으로 보기 전에는 위험한 동맥류인지 100%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