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기 하동군수(65·사진)는 “지역 농산물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전 세계에 팔려나가고, 첨단산업단지의 경제 동력을 바탕으로 활력과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가 바로 하동군의 미래상”이라며 “하동이 품고 있는 많은 매력을 자원화해 세계 속의 하동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윤 군수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동야생차(녹차)는 지난해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됐고 미국 스타벅스에도 수출되고 있다”며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하동이 세계에 알려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2017년 하동 녹차가 스타벅스를 뚫을 당시 윤 군수의 ‘맷돌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가루녹차 시장은 일본이 대부분 점유하고 있었고, 국내에는 프리미엄급 가루녹차를 생산하는 곳이 없었다. 일본이 고급 가루녹차를 만드는 데 맷돌을 사용한다는 것을 안 윤 군수는 지인을 통해 우회적인 방법으로 이 맷돌을 국내에 들여왔다. 윤 군수는 “한국에는 팔 수 없다는 그 맷돌 하나 가격이 3500만원이나 했다”며 “열정을 가지고 방법을 찾으면 길은 있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동군은 스타벅스와 가루녹차 120t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녹차뿐만 아니라 하동을 대표하는 섬진강 재첩 역시 세계화의 길을 걷고 있다. 전통 방식의 ‘거랭이’를 이용한 재첩잡이가 국가중요어업유산에 등재된 데 이어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도 추진 중이다.
지역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하동에서 생산하는 농산물 수출이 급증했다. 2014년 21개 품목, 600만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이 지난해 40개 품목, 4400만달러로 늘었다. 올해는 6000만달러 달성을 앞두고 있다.
스스로를 ‘하동을 해외에 판매하는 세일즈맨’으로 소개하는 윤 군수는 “농가에서는 생산만 하면 판로는 군수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며 “관광 인프라 구축과 고부가가치 농산물 생산, 다양한 축제 등 ‘명품 하동’을 만들어 가는 씨줄과 날줄을 잘 엮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명품 하동을 만들기 위해 하동군은 지리산과 섬진강, 남해 바다를 잇는 관광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윤 군수는 “화개~악양~청암을 잇는 15.2㎞의 지리산 구간에 모노레일과 궤도열차를 설치하는 ‘알프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미술관, 주차장 등 1650억원 규모의 산악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화개장터, 섬진강 뱃길 복원, 금오산 집와이어 등과 함께 ‘1000만 하동 관광시대’를 열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윤 군수는 “하동이 품은 섬진강과 지리산, 남해 바다는 세계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아이템으로 세 가지를 잘 엮은 관광상품이 하동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라며 “117년 전 설치한 알프스 산악기차가 지금까지 스위스의 관광산업을 먹여살리는 것처럼 하동을 위한 100년의 먹거리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하동=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