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국과 아세안 10개국간 협력은 더욱 중요해질겁니다. 제아무리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하더라도 결국은 국가간 연결과 협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내는 나라가 더 많은 이득을 차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글라스 푸 싱가포르 제조업연합회(SMF) 회장(사진)은 지난 16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어떤 나라도 무역 전쟁과 고립주의를 통해서는 가치사슬 우위에 설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푸 회장은 다음달 25일 부산에서 개막하는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아세안센터가 마련한 ‘한·아세안 열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1997년 외식기업 사카에홀딩스를 창업해 말레이시아, 태국,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시켰다. 대통령이 뽑은 싱가포르 의회 지명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기업인연합회 부회장과 아세안 비즈니스 자문단 싱가포르 대표도 맡고 있다.
그는 “아세안 국가들은 지난 50여년간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체득했다”고 말했다. 아세안은 1967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 5개국이 모여 설립한 역내 공동체다. 이후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가 추가로 참여해 회원국 10곳을 두고 있다.
그는 “회원국간 경제 규모와 발전 정도가 제각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시너지 효과가 난다”며 “각국이 서로 겹치지 않는 장점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함께 만든다면 부품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조달하고, 제품 디자인은 싱가포르가 하는 식이다. 그는 “아세안은 유럽연합(EU)처럼 단일 통화를 쓰거나 공동 행정부를 운영하고 있지 않는데도 수십년간 안정적으로 협업하고 있다”며 “각자 자국 이해를 최우선으로 두면서도 서로 돕는게 이득인 모델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푸 회장은 “제조업에서 4차산업혁명은 각국 기업간 생산시설을 광범위하고 즉각적으로 연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4차산업혁명은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가치사슬을 효율화하는 과정입니다. 개별 기업에 한정된 얘기는 아니에요. 기존엔 주로 한 공장, 한 기업 내 설비끼리 이어져 있지만 4차산업혁명을 지나면 전세계에 걸쳐 설비가 연결돼 데이터를 바로바로 주고받을 겁니다. 20세기에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한 뒤 이를 인터넷이 서로 연결한 것과 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거죠.”
그는 앞으로 각국 제조기업들이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 비중을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를 서로 연결하면 서로 다른 국가 소비자에도 맞춤형 제품을 손쉽게 내놓을 수 있어서다. 그는 “기존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에선 기업이 일단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가 살때까지 기다리는데, 이렇게하면 상당한 창고 비용과 유통 비용이 따른다”며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 행동을 예측하면 외국 소비자에도 원하는 제품을 필요만큼 적시에 공급할 수 있어 기존보다 오히려 비용이 덜 든다”고 설명했다.
경주=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