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어떤 정부가 검찰중립 보장?" 질문에 '정무적 감각없는' 윤석열 "MB정부"

입력 2019-10-18 09:42
수정 2020-01-09 13:40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중 검찰 중립성을 보장해 준 정부로 "이명박 정부다"라고 발언한데 대해 "우리는 통제하지 않는다고 해도 안 믿는 사람들은 안 믿으실 것"이라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18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지금 정부가 조금 간섭이 있다는 표현을 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질문에 "총장 말의 의미와 의도를 제가 추측하긴 어렵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고 대변인은 "현재 우리 문재인 정부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어떻다고 판단의 말을 하기가 좀 어려웠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은 들고 그리고 검찰 통제 말씀을 하셨지만 국민들이 청와대가 검찰을 통제한다면 용납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며 "아무리 청와대가 '우리는 통제하지 않습니다'고 이야기를 해도 안 믿는 사람들은 아무리 얘기해도 안 믿으실 거다. 결국은 보여드릴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말을 믿어주시고 같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윤 총장은 17일 오후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국정감사에서에서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중 검찰 중립성을 보장해 준 정부를 골라달라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망설임없이 "이명박 정부다"라고 꼽았다.

윤 총장은 "이명박정부 때 대검 중수부 과장, 특수부장으로 3년간 특별수사를 했다"면서 "당시 대통령 측근과 형(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구속할 때 (권력으로부터) 별 관여가 없었다.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자신이 기대했던 바와는 다른 답변이 나오자 "자, 총장, 좋다"며 급히 윤 총장의 말문을 막았다.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다 아시는 것"이라며 말을 시작하려 했지만 이 의원이 가로막아 더이상 발언하지 못했다. 윤 총장은 박근혜정부 당시 2012년 대선 관련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팀에 몸담았다 지휘라인과 마찰을 빚어 좌천된 바 있다.

이날 이철희 의원은 이러한 윤 총장의 과거 이력을 언급하며 "대선 관련 수사하던 분 다 좌천시키던 (박근혜)정부가 중립성을 보장했느냐, (검찰총장) 임명장을 줄 때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한 (문재인)정부가 중립성을 지켰느냐"며 "그 (박근혜)정부 때 그렇게 한 분들이 (검찰의) 중립성·독립성을 이야기하면 소가 웃을 일"이라고 말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윤 총장에게 “검사 된 이후 지금까지 검사로서 윤석열이 변한 게 있느냐, 전혀 없다고 자부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윤 총장은 “자부까지는 아니라도 예나 지금이나 정무감각 없는 것은 똑같은 것 같다”고 답했다.

윤 총장이 이같은 답변을 한 것은 과거 박근혜 정부 국정원이 댓글 조작 사건 수사를 진행한 특수통 검사들에게 “정무적 감각이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수사를 방해하려한 정황이 드러났던 사실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는 2013년 당시 국정원이 검찰 수사팀을 와해하려 시도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내용의 문건을 검찰에 넘긴 바 있다. 문건에는 국정원이 댓글수사팀 인적구성을 문제 삼아 교체를 건의하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낸 보고서 등도 포함됐다. 해당 보고서에는 “정무감각이 부족한 특수통 검사들이 수사를 주도해 정부 정통성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극히 정치적인 의도로 작성된 평가가 담겨 있었다.

실제 검찰은 2013년 윤 총장을 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댓글 진상 수사를 벌였으나, 외압 논란이 수차례 불거지면서 결국 채동욱 총장이 사퇴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와 관련해 여권의 맹비난을 받고 있는 윤 총장은 이번 국감에서도 관련 질의를 여당 의원들로부터 수차례 받고 “법과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강경하게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격 사퇴를 발표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며 "조국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개혁을 희망했지만 꿈 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