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정치 광고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현지 매체들은 그가 페이스북을 '표현의 자유'의 수호자로 두둔했다고 보도했다.
일간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조지타운대에서 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대화'라는 연설에서 "스스로를 표현할 권한을 가진 대규모의 사람들은 이 세상의 새로운 종류의 권력이다. 사회의 다른 권력구조와 나란히 있는 '제5계급'이 바로 그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을 제5계급으로 칭했다. 제5계급은 주류 언론이 다루지 않는 소수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블로그나 소셜미디어 등을 가리킨다. 그는 "우리가 표현의 자유를 위해 계속 맞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 여기에 왔다"면서 최근 논란이 된 정치 광고와 관련해 "정치 광고를 둘러싼 민감성을 고려해 이를 모두 페이스북에서 금지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내 "정치 광고는 특히 언론이 다루지 않을 수 있는 지역 후보나 전도유망한 도전자, 권리 옹호단체 등에 목소리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면서 이에 따라 정치 광고를 금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페이스북은 지난달 정치인의 포스트에 대해서는 콘텐츠 규정을 위반했더라도 팩트 체크를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정치인의 논평이 거짓이라 하더라도 뉴스 가치가 있고 이를 듣고 토론하는 것이 대중에게 이익이 된다는 게 이유였다.
이를 두고 민주당 대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돈벌이를 위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기계'라고 비난했고, CNN·NBC 등은 광고가 거짓을 담고 있다며 방영을 거부했다.
NYT는 이날 연설이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대해 가짜 뉴스와 증오 발언, 폭력적 콘텐츠의 증폭자라고 비난해온 비판자들을 상대로 공세를 취하겠다는 신호"라고 봤다.
연설에서 저커버그는 거침 없이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나 노예 해방론자 프레드릭 더글러스, 베트남전, 수정헌법 1조 등을 인용하며 자기 주장에 힘을 실었고, 페이스북의 입장을 당국이 언론을 통제하고 검열하는 중국과 대비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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