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없는리뷰] ‘두번할까요’, 예상을 빗나가도 되건만

입력 2019-10-19 08:00
|어딘가 익숙한 로코 ‘두번할까요’…밋밋한 캐릭터 아쉬워|사랑을 논하되 큰 고민은 없는 ‘우리 재혼할까요?’[김영재 기자] 현우(권상우)는 ‘돌싱’이다. 전(前) 아내 선영(이정현)과는 아직 왕래하는 사이. 하지만 이혼을 후회한 적은 아직 없다. 어느 날 친구 상철(이종혁)이 요즘 잘해주고 싶은 여자가 생겼다며 사진을 보여주는데, 웬걸? 그 여자, 다름 아닌 선영이다.제목 ‘두번할까요’를 듣고 당신은 무엇을 떠올렸는가. 그것이 무엇이고 간에 일명 ‘이혼식’까지 감행한 두 남녀가 헤어진 지 반년 만에 다시 얽히고설킨다는 사실이 첨가되는 순간 ‘두번할까요’는 곧 ‘결혼, 두 번 할까요?’가 된다. “내 인생에 고작 너 하나 빠진 건데 내가 싹 달라졌대!” 하는 남자와 본인을 유기견에 비유하는 여자 그리고 그 둘 사이에 불쑥 끼어든 남자의 옛 친구까지.그 유기적 관계가 향할 수 있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스스로 사랑을 포기한 이가 그 사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절절한 멜로고, 또 하나는 소소한 티격태격 가운데 역시 한 쪽이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로맨틱 코미디다.‘두번할까요’는 당연히 후자다. 그리고 남자의 변심이 가정(家庭)을 해체시킨다는 점에서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이 떠오른다. 이혼을 목표로 카사노바를 고용한 남편은 결국 공감과 관심으로 다시 이상형이 된 아내에게 처음처럼 데이트를 신청한다. ‘내 아내의 모든 것’에 배우 류승룡이 있다면, ‘두번할까요’에는 그 잘생긴 ‘몸’과 얼굴을 코미디에 사용해 대박을 터뜨린 권상우가 있다. 철없는 남편인 현우가 속옷만 입은 채 “프리덤”을 외치는 신은 웃음을 안기는 것은 물론, 그가 어떤 인물인가를 단번에 알 수 있도록 돕는다.로맨틱 ‘코미디’인 만큼 대사에도 상황에도 관객을 웃기려는 의도가 한가득이다. 그 의도가 관철됐기에 어쩌면 ‘두번할까요’는 성공한 코미디 영화일 것이다. 대사 “돌싱이 사람 하나 살렸어”로 요약되는 이 부장 역의 배우 성동일은 본작의 ‘웃음 대장’이다. 하지만 매번 보는 성동일이다. 그때 그 성동일이 또 나오는 만큼 ‘두번할까요’는 재미와 별개로 그 내용물이 봤던 것 투성이다. 특히 양꼬치를 먹다 상철과 선영의 관계를 알게 된 현우의 반응은 누구든 생각할 수 있는 바로 그것이다. 강박도 종종 보인다. 김 간호사(박경혜)는 꼭 우스운 동작으로 남의 대화를 엿들어야 했을까. 왜 상철은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영의 몸을 마사지했나. 현우가 선영을 만나러 가는 길에 오물을 뒤집어쓴 것은 누구 생각이었을까. 특히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오마주한 신은 패러디 영화 ‘재밌는 영화’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그 의도가 보이면 보일수록 관객은 덜 웃는다. 그것이 코미디다.캐릭터도 아쉽다. 특히 상철은 이혼한 두 사람을 잇는 가교 역할이자 현우에게 위기감을 안기는 사랑의 안타고니스트가 돼야 할 등장인물이나, 그 구축이 시원치 않다. “흐흐”라는 웃음소리와 속옷에 집착하는 면모는 허우대만 멀쩡할 뿐그 내면에는 ‘또라이’ 기질이 있는 새 캐릭터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동물병원 원장인 그가 의외의 전사를 갖고 있고 또 현우를 기겁하게 하는 ‘물건’을 몸에 지니고 있는 등 여러 기막힌 설정에도 불구, 상철은 서브 주인공으로서 제 몫만 주섬주섬 해치운 채 자리를 뜨고 만다.현우와 선영도 상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다행히 두 배역에는 배우의 매력이 온전히 살아있고, 그것이 ‘두번할까요’가 결승선까지 뜀박질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생애 첫 코믹 로맨스에 도전한 이정현의 연기가 볼만하다. 겉으로는 당당한 척하나 내심 현우가 그에게 다시 돌아와 주기를 바라는 모습은, 무대에서도 카메라 앞에서도 늘 그 가녀린 체구로활화산처럼 에너지를 폭발시켜 온 이정현의 새로운 면모이기에 매력적이다.선영은 불같이 사랑할 수 있는 운명 같은 상대를 꿈꾸는 이에게 다음을 이야기한다.“에이, 영화에서나 그런 거죠.”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지금 이 상황은 전부 영화일 뿐’이라는 감독의 애교 섞인 간청일 수도 있고, 아니면 ‘사랑은 불보다 칼로 벨 수 없는 물 같은 것’을 이르는 충고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후반에 대뜸 사랑에 심오해지는 두 돌싱을 보면 아직 웃음으로 부른 배가 꺼지지도 않았는데 과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어리둥절한 것이 사실. 사랑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늘 환영이나 그것이 디저트에불과해 안타깝다. 예상을 빗나가도 되건만 끝까지 뻔한 것이 ‘두번할까요’의 강점이고 단점이다.캐릭터와 메시지를 희생하고 웃음에만 올인한 영화를 찾는다면 ‘두번할까요’가 딱이다. 하지만 ‘두 번 볼까요’는? 냉정히 말해 글쎄다.(사진제공: 리틀빅픽쳐스)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