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강세장 끝물?…회사채도 주춤

입력 2019-10-17 17:10
수정 2019-10-18 00:57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25%로 인하했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오히려 금리가 상승(채권 가격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2016년 기준금리를 지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떨어뜨린 뒤 5개월 만에 경기 부양 기대 등으로 시장금리가 급등한 과거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 데자뷔…올해도?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날 0.055%포인트 상승한 연 1.375%에 마감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전날에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오히려 0.039%포인트 올랐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는 이미 예상했지만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만장일치가 아니라 ‘동결’ 소수 의견이 두 명이나 나온 데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예상보다 덜 비둘기적(통화정책 완화)인 것으로 나타나 추가 인하 기대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에선 오히려 금리가 바닥 수준까지 내려간 만큼 채권시장 강세가 끝물이라는 인식이 퍼졌다는 설명이다.

기준금리가 지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내려갔던 2016년과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한 채권담당 운용역은 “조선업 등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2016년 6월 한은이 시장 예상을 깨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연 1.25%)으로 낮췄지만 이후 시장금리는 반대로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특히 5개월이 지난 그해 11월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투자와 감세 등을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깜짝 승리한 뒤 글로벌 금리가 급등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내년 초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회사채 투자 열기 식어

회사채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매수세가 잦아들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도 올 들어 폭발적인 채권 수요에 힘입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하반기 들어 대한항공, 한진, 한화건설 등 ‘BBB+’ 등급 기업이 회사채 수요예측(사전 청약)에서 미달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지난달 말엔 ‘A+’ 등급인 파라다이스조차 수요예측에서 모집액(1000억원)의 절반만 채우는 데 그쳤다.

고금리 우량 채권으로 인기가 높았던 보험사 영구채(신종자본증권) 투자심리마저 주춤하고 있다. 코리안리가 2300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을 위해 최근 진행한 수요예측에는 2320억원의 매수 주문만 들어왔다. 신용등급 ‘AA’에 연 3.4%의 금리를 제공하는데도 기관투자가의 관심을 끄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일 영구채 1000억원어치를 발행한 푸본현대생명도 투자 수요 확보에 애를 먹었다. 발행에 앞서 지난달 말 진행한 수요예측에 들어온 매수 주문은 1060억원으로 모집액을 살짝 웃돌았다.

이호기/김진성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