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은 위궤양을 앓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맹수들이 덮칠지 모르는 초원에 펼쳐진 초식동물의 삶에 과연 위장 장애를 유발하는 스트레스가 없을까. 물론 굶주린 사자에게 쫓길 때 얼룩말의 스트레스 지수는 급상승한다. 모든 신경과 장기들의 기능은 ‘도망’에 집중된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살아남은 얼룩말은 다시 햇볕을 쬐고 풀을 뜯는다. ‘아까 왜 그랬을까’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 닥칠지 모를 위협에 불안해하지 않는다.
인간은 다르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는 시험에서 떨어질까 봐 걱정한다. 두통이 심하거나 배가 아프면 혹시 큰 병은 아닐까 마음을 졸인다. 공항 가는 길이 막히면 날릴지 모를 비행기 비용을 계산하며 속을 끓인다. <생각이 바뀌는 순간>을 쓴 캐서린 A 샌더슨 미국 매사추세츠대 심리학과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긍정의 심리학을 연구해온 그는 자신을 ‘부정적인 결말을 상상하면서 사서 걱정하는 타입’이라고 소개한다. 물론 선천적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타고난 사람도 있다. 하지만 “행복은 성향이 아니라 노력”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건강하고 긍정적인 자세도 훈련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과민하게 반응해 극도의 불안과 괴로움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격렬한 감정에 휩싸인다. 정신적인 압박은 신체에도 비슷한 부담을 가한다. 스트레스는 입맛을 잃게 하고, 깊은 잠에 못 들게 한다.
저자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몸이 생리적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인간이나 동물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극한 상황에서 그에 맞게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며 “문제는 극한 상황이 아닌데도 스트레스로 인한 생리적 반응이 쉽게 나타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닌 상황에서도 생기는 스트레스 반응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사건은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다. 갑자기 닥친 손쓸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의 뇌는 직관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저자는 그 문제를 바라보는 사고방식을 통제할 수 있으면 자신의 삶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매번 실패로 끝나는 다이어트와 진척이 없는 회사 일, 얽혀버린 인간관계 속에서 직관이 어떤 방식으로 생성되고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일상의 행복과 건강 상태, 그리고 수명까지 외부 환경이 아니라 개인의 사고방식,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좌우된다. 저자는 심리학 연구 결과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을 포함한 다양한 사례를 동원해 이를 증명해 보인다.
저자가 소개하는 생각과 행복에 관한 논문들은 휴대폰을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질이 떨어질 수 있고, 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수명이 7.5년 늘어난다는 걸 보여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면 우울함과 고독감이 생긴다’는 결과에도 눈길이 간다. SNS를 통해 다른 사람이 행복한 순간의 사진 및 글을 보면서 나의 삶과 비교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SNS에 공개하는 모습이 그들의 진짜 삶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우리 모두가 더 큰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책 표지에 있는 삽화처럼 생각이란 것도 조명의 스위치같이 간단하게 켜고 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노력하고 훈련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반복할수록 ‘생각의 습관’은 굳어진다. 의식하고 애쓰지 않아도 밝은 면을 바라보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긍정의 직관’도 생긴다. 저자가 서문에서 인용한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속 한 대목을 다시 찾아보게 된다.
“행복은 개인적인 노력의 결과다. 행복을 얻기 위해 싸우고 노력하라. 행복을 달라고 강하게 요구하라. (…)행복감이라는 바닷속에서 영원히 헤엄쳐 다닐 수 있도록, 행복을 놓치지 않고 계속 누릴 수 있도록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