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정국’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여야가 이번엔 ‘경제 실정(失政)’ 논란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권은 “문재인 정부가 거짓 통계로 경제 문제를 덮고 있다”며 ‘경제 심판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제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맞받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여야의 기싸움이 경제 분야로 옮겨붙은 모양새다.
경제 심판론 다시 꺼내든 야권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대구 방문을 언급하면서 “대구를 찾아 들은 현장 기업인들의 말은 ‘제발 좀 (경제정책을) 바꿔달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제를 살려야 할 대통령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문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황 대표는 “어려운 경제와 민생을 살려달라는 게 국민의 가장 큰 바람”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이념 정책이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연 한국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건물마다 공실이 넘쳐나고 개업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부지기수”라며 “하지만 통계청이 ‘나쁜 일자리’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가 전년보다 34만 명 늘어났다는 내용이 정부의 ‘눈속임 통계’라는 주장이다. 김 대변인은 “월 27만원 받는 용돈벌이 단기 아르바이트, 노인 일자리에서만 38만 명 늘었다”며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0%로 하향 조정한 게 진짜 숫자”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당초 조 장관 사퇴 촉구를 위해 준비했던 19일 광화문 장외집회를 정부의 경제 실정에 집중한 ‘대국민 보고대회’로 바꿔 열기로 했다. 분야별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국민에게 실상을 알리는 형식으로 꾸려진다. 조 장관 사퇴로 단기적인 대여 공세 포인트가 사라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집중 부각해 중도층의 표심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조국 문제는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으로 경제를 무너지게 만든 문재인 정부의 전반적인 폭정을 지적하고 국정 대전환을 요구하는 보고대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총선을 6개월가량 앞둔 상황에서 경제 지표가 더 나아지지 않을 경우 민심이 결국 청와대와 여당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국민 보고대회’ 역시 정부의 정책 실정에 투쟁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황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도 ‘민생 공세’에 가세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우리 경제 상황이 굉장히 어렵다”며 “대통령이 엉뚱한 소리를 하며 안일하게 대처하면 조국 심판론에 비할 바 아닌 경제 심판론이 문 정부를 덮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일자리 정책 효과 나와”
민주당은 정부의 정책 효과가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며 보수 야권의 공세를 맞받았다.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청년층의 고용이 두드러지게 개선되고 있고, 일자리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상용직 취업자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며 “대외 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확장적 재정에 기반을 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상당히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정책위는 한국당의 ‘민생 공세’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문건을 의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최근 IMF 등 기관들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에 대해서도 외부 요인을 강조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의) 중요한 원인은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중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등”이라고 분석하면서 경제 악화 요인이 ‘외부’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언급하면서 “통화와 재정정책이 따로 가지 않도록 예산이 뒤따라가야 한다”며 “한국당도 경제 활성화와 정책 효과 극대화를 위해 동참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