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철군에 트럼프-펠로시 비방전 "3류 정치인" "멘붕"

입력 2019-10-17 12:49
수정 2019-10-17 13: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 회동에서 시리아 철군 문제로 비방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에게 “3류 정치인”이라고 막말을 퍼부었고 이에 격분한 펠로시 의장과 민주당 지도부는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이후 양측은 서로를 “멘탈 붕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 외교정책을 두고 트럼프 대령령과 민주당이 극단적 대결로 치달은 것이다.

CNN과 NBC, AP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민주당 소속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양당 지도부를 만났다.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 후 터키가 과거 대테러전에서 미국의 동맹였던 쿠르드족을 침공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쿠르드족을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험악한” 편지를 보낸 걸 언급하며 분위기를 주도하려 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은 이날 회동 직전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찬성 354표, 반대 60표의 압도적 차이로 통과시킨 사실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했다.

이어 슈머 원내대표가 시리아 철군으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재기할 것이란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의 최근 언론 인터뷰 발언을 그대로 읽기 시작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참지 못한 채 말을 끊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는) 세계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장군이다. 왜인지 아느냐? 그는 충분히 강인하지 않다”며 “내가 IS를 함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펠로시 의장이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로 러시아가 중동에서 기반을 확보했다며 “당신과 관련된 모든 길은 푸틴(러시아 대통령)으로 통한다”고 말하면서 말싸움은 더욱 격해졌다. 이후 공방을 주고받던 중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보기에 당신은 3등급 정치인(third-grade politician)”이라는 막말을 퍼붇자 펠로시 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그들에게 “선거에서 보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에서 나온 펠로시 의장은 기자들에게 “우리가 대통령 측에서 목격한 것은 ‘멘탈 붕괴(meltdown)”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제력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고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 결의안 채택과 관련해 “매우 흔들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 하원의 탄핵조사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3류'(third-rate)’라는 표현을 ‘3등급'(third-grade)’이라고 잘못 말했다며 모욕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고 비아냥거렸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펠로시 의장이 회의장에서 일어서 있는 사진을 올리고 “불안한 낸시의 혼란한 멘탈 붕괴!”라고 적었다.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펠로시 의장을 겨냥해 “그는 회의가 성과를 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회의장에서 뛰쳐나왔다”며 “불행히도 하원의장은 모든 걸 정치적으로 만들려 한다”고 비난했다.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침착하고 사실적이고 결단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