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은 언제 먹을까. 가정식을 파는 백반집에선 주메뉴에 국으로 따라 나온다. 집에서는 평소 먹기도 하지만 생일과 출산한 사람이 있을 때 주로 먹는다. 가족과 함께 먹는 집밥 메뉴여서 미역국만 전문으로 파는 곳은 많지 않았다.
요즘은 달라졌다. 미역국 전문점이 최근 몇 년 새 급증하고 있다. 각종 해산물을 넣은 프리미엄 미역국을 내놓는 가게도 생겼다. 주로 40~50대 아저씨가 찾을 것이란 생각이 들겠지만 오산이다. ‘혼밥’하는 20~30대가 미역국 시장의 주 소비층이 되고 있다.
전국 100여 곳 넘는 미역국 전문점
오복미역은 국내 최초로 미역국 전문점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업체다. 2012년 부산 남천동에 1호점을 열었다. 주메뉴는 미역국 하나. 집에서 손쉽게 해먹을 수 있는 메뉴인 만큼 ‘돈 주고 찾을 만한’ 프리미엄 미역국을 개발했다.
부산을 비롯해 영남 해안 지방에선 미역국에 생선을 넣어 요리하는 경우가 흔하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가자미미역국, 전복가자미미역국 등 수도권에선 생소한 메뉴를 개발했다. 대합과 황태 등 열두 가지 재료를 넣어 국물을 내고, 여덟 가지 반찬과 함께 내놨다. 찾아오는 손님들이 점점 늘기 시작했다. 전국 가맹점 수는 2016년 18개에서 지난해 50개를 넘어섰다. 오복미역 관계자는 “집에선 해먹기 힘든 미역국 한상차림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콘셉트의 미역국 프랜차이즈도 속속 등장했다. 2017년 경기 파주에 첫 번째 점포를 낸 보돌미역은 가맹점 수가 30여 개로 늘었다. 같은 해 서울 종로에 1호점을 낸 호호미역도 종로와 여의도, 명동 등 사무실 밀집 지역에서 7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일품장수미역, 다복미역, 다논미역 같은 브랜드도 등장했다. 모두 전복과 가자미 등 수산물을 넣어 미역국을 끓여 내놓는다.
혼밥하는 2030 집밥 맛보려 찾아
미역국 전문점이 인기를 끌자 대기업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8월 미역국 전문 브랜드 ‘돌장각’을 내놨다. 첫 번째 매장은 현대백화점 신촌점 지하 1층 식품관에 열었다. 지난달 돌장각 1호점 매출은 같은 점포의 18개 외식 브랜드 매장 중 세 번째로 높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찾는 냉면, 만두보다 더 많이 팔렸다.
주 소비층은 20~30대다. 이들에게 미역국은 거부감이 들지 않는 메뉴로 자리잡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돌장각이 문을 연 뒤 한 달간 전체 방문객 가운데 20~30대가 차지한 비중은 약 45%로, 40~50대(39%)보다 많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신촌 상권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40~50대를 겨냥해 내놓은 외식 브랜드 매장에 20~30대가 예상보다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혼밥이 일상화되면서 1인가구가 건강한 집밥을 찾다가 미역국을 발견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혼자 사는 20~30대를 중심으로 신선한 식재료가 들어간 외식 메뉴를 찾는 일이 늘고 있다”며 “미역국은 기존 죽 전문점, 해초류 전문점에선 맛보기 힘든 색다른 ‘건강’ 콘셉트를 내세워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