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자산관리 체계를 고객 중심으로 확 바꾼다. 대규모 원금 손실을 초래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상품 선정부터 판매·관리 단계마다 리스크를 검증할 수 있는 제도를 두는 게 골자다. 고객이 투자를 한 뒤 상황에 따라 이를 취소할 수 있는 ‘고객 철회제도’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상품 선정 단계부터 리스크 검토”
16일 우리은행은 “DLS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고객 중심으로 자산 관리 체계를 혁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선 기존에 실무자 선에서 조직했던 상품선정위원회를 부행장급으로 격상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다. 상품을 고르는 단계부터 전문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또 자산관리(WM)그룹과 신탁 연금그룹의 자산관리 업무는 상품 조직과 마케팅 조직을 분리한다.
판매 단계에서는 프라이빗뱅커(PB) 고객 전담 채널을 키우되 채널마다 판매 상품에 차등을 두기로 했다. 원금 손실형 투자 상품은 고객·운용사별 판매 한도를 두는 식이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고위험 상품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금리·원자재 등 자산 연계형 파생 상품과 레버리지·인버스형 펀드가 주요 대상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홍콩 H지수에 연계된 주가연계신탁(ELT) 판매도 중지했다.
사후 관리 단계에서는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고객 전담 조직인 ‘고객케어센터’를 신설하고 유선·온라인 해피콜 제도를 병행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노령층 등 금융 취약 계층에 대해서는 판매 즉시 해피콜을 의무화해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최소화할 방침”이라며 “고객이 투자에 대해 충분히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투자 전까지 일정 기간을 두게 하는 ‘투자 숙려제도’와 고객이 원치 않을 경우 투자를 특정 시한까지 취소할 수 있는 ‘고객 철회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고객 철회제도는 공모 펀드에 가입한 지 15영업일 내에 고객이 손해를 보지 않고 가입을 철회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안한 은행권 ‘펀드리콜제’와 비슷하다.
“DLS 사태 되풀이 않겠다”
우리은행의 이번 혁신 방안은 DLS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우리은행은 독일 국채 금리와 연계된 DLS 관련 펀드를 대량 판매했다가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환매가 중지된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주요 판매사이기도 하다. 비이자수익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고위험 상품을 판매했다는 지적이 잇따른 이유다.
우리은행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직을 완전히 탈바꿈시키겠다는 각오다. 임직원을 평가하는 핵심성과지표(KPI)에 고객 수익률과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노력을 반영하기로 했다. 실적 위주의 평가 방식을 바꿔 영업 행태 전반을 개선하겠다는 뜻이다.
다음달부터 금융감독원은 DLS 사태와 관련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최대 40~50%의 배상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결정을 존중하고 조속한 배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