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에 연습생 이해인이 출연해 '프로듀스 101', '아이돌학교' 조작에 대해 확신했다.
지난 15일 방송된 MBC 'PD수첩'에는 CJ와 가짜 오디션이라는 제목으로 Mnet에서 방송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진실에 대해 파헤쳤다.
오디션 참가자인 연습생들은 "프로그램 계약서에 비밀유지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다", "무섭다 정말. 말 한마디, 한마디가"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소속사 관계자도 "여기서 눈 밖에 나면 누가 얘기하겠나"라고 언급했다.
이날 제작진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문제를 제기했던 이해인의 아버지를 인터뷰했다.
그는 "'프로듀스X101'을 보면서 글을 올리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조작을 했다. 저도 지금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해인의 아버지는 낮에는 목수로, 밤에는 탁구 교습을 하며 딸의 뒷바라지를 했다고 한다. 그는 "말도 안되는 그런거를 하면 안되지 않나. 취업비리와 똑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9~10년 고생한 아이를 만약 조작했다면 정말 악랄한 거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이해인은 "제 일인데 부모님 입을 통해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을 방패로 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인터뷰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그는 '아이돌학교' 첫 오디션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관계자가) 3천명이 있는 오디션장에 가지 말라고 했다. 준비를 안하고 있었다. 촬영하기 전날 담당 작가님이 '해인씨는 가주셔야 할거같다'고 했다. 프로듀스 시리즈에 나왔고, 인지도가 있는 연습생 이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종 41명의 출연자 중 2차 실기시험을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이해인은 "출연자 아무나 잡고 물어봐서 3천 명 오디션 어떻게 봤어요라고 물어보면 아무도 대답 못할거다. 아무도 못봤으니까. 3천명은 이용당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출연자 A씨는 "제작진 측에서는 물어보면 갔다고 하라고 얘기하라고 했다. 어쨌든 저는 그 자리에 있지는 않았다"고 이해인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해인은 "칭찬을 많이 받았음에도 떨어졌다. 저에게 미안하다고 얘기를 하시더다. 이렇게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아이돌학교' 연습생들이 거주했던 핑크빛 내무반은 숙소로 적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해인은 "공사가 된지 얼마 안돼서 페인트 냄새가 가득하고 환기도 안된다. 이불을 한번만 털어도 먼지가 났다. 피부가 약한 아이들은 온 몸에 빨갛게 피부병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방송에 출연한 다른 연습생들은 "성장기니까 먹어야 한다. 12살도 있었다. 밥 안주면 울 나이다. 개판이었다. 머리 아파서 이게 무슨 촬영장인가. 중간에 애들 창문 깨고 탈출한 적도 있다. 합숙한다고 가둬두니까 스트레스 받아서 방충망 뜯어서 탈출한거다"라고 폭로했다.
'아이돌학교' 촬영 시간은 한밤중부터 새벽까지 진행됐다. 연습생 중에는 12, 13세의 미성년자도 있었다.
연습생 C씨는 "새벽 4시에 1조 나와 하면 나갔다. '먹어' 그러면 먹고, '자' 그러면 자고, '일어나' 하면 일어났다"고 말했다.
또 연습생 B씨는 "건강도 안좋아했다. 저같은 경우는 생리를 아예 안했다. 일부는 하혈을 하거나 다 그랬다"고 털어놨다.
'아이돌 학교' 피디 D씨는 "아이들이 밥 안줬다고 하는데 저희 급식소도 있었다. 밥을 잘 먹어서 살이 쪄서 걱정할 정도였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계속 상위권을 유지했던 이해인이 탈락한 것이다. 마지막회 점수도 석연치 않았다.
시청자는 투표수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했다. 팬들이 직접 투표를 인증하며 집계하고 나섰다. 인증 게시글에 따르면 이해인은 5100여표가 나왔어야 했다. 제작진 집계인 2000여 표와 차이가 났다. 이후 우승자가 아닌 탈락자가 검색어를 차지하는 기현상이 생겼다.
이해인은 "저희 회사분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실검에 네기 1등하지 않냐, 니가 승자다'라고 하더라. 널 위한 팀을 만들어주겠다. '아이돌학교 1반'이라는 팀을 만들어서 데뷔를 시켜주겠다고 했다. 전속계약은 CJ ENM과 맺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족석에 엄마가 계셨고, 저를 보러오신게 아이돌학교였다. 처음으로 본 모습이 제가 또 실패하는 모습이었다. 실패자가 된 딸을 부모가 보는 건 너무 힘든 것 같더라. 아이돌학교 끝나고 나서 아버님이 논란에 대해 '이의제기 하고 싶다'고 할 때 하지 말라고 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피디 D씨는 "투표수 담당하지 않아 그거는 제가 정확히 모르겟다. 조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돌학교' 조작 논란은 그렇게 조용히 묻혔다. 그리고 '프로듀스X101'이 시작됐다.
이 방송 또한 경연으로 단계별 진출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방식이지만, 시청자 투표로 결정된다. 그런데 방송이 끝난 직후 조작을 의심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구체적 근거도 제시됐다. 특정 순위의 표차가 똑같다는 거다. 1위부터 20위까지 득표수가 전부 특정수의 배수라는 것도 이상했다.
최수영 아주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로또를 아홉 번 연속으로 맞는 확률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계산됐다. 확률적으로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고 말했다.
팬들은 투표 원본 데이터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진상규명위원회가 열렸다. 시청자는 "데이터를 공개하면 되는데 아직 공개않는 엠넷의 태도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일가족을 섭외해서 문자투표를 시켰다. 200~300명을 엽업했다. 제가 뽑은 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했는데, 국민 프로듀서라는 말로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난했다.
'프로듀스X101' 출연자는 "파트 분배 같은 거 녹음실 장면에서 한명씩 들어가서 하지 않나. 작곡가들의 마음도 있을거 아니냐. 나는 이 애인데 얘를 강제로 하니까 작가가 달려들더니 30분 동안 설교를 했다. 안준영 PD가 와서 작곡가를 데리고 나가서 한시간 동안 얘기하더라"라고 주장했다.
한 제작진은 "'누구 집중적으로 찍어라'라고 한다. '얘를 띄워라'라고 하지 않는다. '어때 얘는'이라고 한다. '얘 분량 좀 늘리자, 줄이자'라고 얘기한다"고 귀띔했다.
연습생들을 힘들게 했던 것은 방송분량에서의 차이었다. 방송에 나오지 않은 연습생은 시청자에게 표도 받을 수 없었다.
특정 연습생은 분량이 집중됐다. 한 연습생은 "XX의 경우 1, 2, 3화와 제작발표회, 모든 예고, 비하인드에 다 나온다. 방송에 5분~10분은 무조건 나온다.'저건 너무 심한거 아니야?'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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