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등 특목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시킬 방침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올 연말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년 3월 특목고를 한꺼번에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자사고 단계적 폐지(재지정 심사)가 논란 속에 제동이 걸리자 ‘고교 서열화 해소’를 내세워 아예 일괄 폐지로 선회한 셈이다.
교육부는 “확정된 게 아니다”고 했지만, 특목고 폐지가 문재인 정부 대선공약인 만큼 그대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5년의 유예기간이 있다고 해도 학생 학부모 등의 혼란은 물론, ‘수월성이냐, 평등성이냐’를 놓고 이념 논란으로 번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중차대한 이슈를 약 한 달 전 당·정·청 협의회에서 논의하고도 쉬쉬해온 것이 부적절하거니와, 조국 사태로 불거진 ‘교육 공정성’ 문제를 전면 평준화로 접근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독선과 불통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특목고 일괄 폐지 방침은 그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한다. 교육체계의 안정성을 뿌리째 뒤흔들고, 인재의 다양성·창의성이 요구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획일화로 역주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세울 거라고는 인적자원밖에 없는 나라에서 합당한 발상인지 의문이다. 모든 교육문제가 대학입시로 귀결되고, 경쟁이 배제된 공교육이 갈수록 질적 저하를 빚는 근본문제는 방치한 채 특목고를 없애면 서울 강남 8학군 등 소위 ‘교육특구’만 북적일 것이다.
설사 특목고 폐지를 결정한다고 해도 5년 뒤 다음 정부에서 또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행동편향에 빠진 듯, 5년짜리 정부가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을 너무 쉽게 바꾸려 해선 안 된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31조1)고 천명했다. 학교 선택권도, 학생 선발권도 부정하는 특목고 일괄 폐지 방침은 재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