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국회법 개정해 정부 입법 남용 막겠다"

입력 2019-10-15 17:17
수정 2019-10-16 01:19
자유한국당이 정부의 행정입법 남용 행위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각종 시행령으로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책을 시행하는 상황을 견제하겠다는 취지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한국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중점처리 법안’에 지난 9월 김현아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포함했다. 개정안은 국회에 시행령 변경 요구권을 주는 게 핵심이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정부의 행정입법을 심사해 문제가 발견되면 관련 부처 장관에게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장관은 3개월 내에 결과를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

시정 요구를 받고도 처리 결과를 보고하지 않으면 본회의에 부의해 행정입법의 효력을 상실시킬 수 있다. 지금은 행정입법이 제·개정되거나 폐지될 때 상임위에 10일 안에만 해당 내용을 제출하면 된다.

한국당은 청와대와 정부가 각종 시행령을 통해 행정권을 남용하면서 입법부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의 유치원 3법 관련 시행령 개정과 국토교통부의 분양가 상한제 관련 시행령 개정, 법무부의 검찰 공보준칙 개정 시도 등이 한국당이 꼽는 대표적인 ‘입법 패싱’ 사례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국회 무시’가 도를 넘었다”며 “정권의 입맛대로 행정입법이 악용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수석부대표 회동 때도 한국당은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19대 국회 때는 여당(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과 합의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갈등을 겪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 의원을 겨냥해 ‘배신의 정치’라고 비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19대 국회 때 같은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수차례 발의했다. 다만 정권 교체 후 ‘공수’가 바뀌자 민주당은 이번에 한국당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만 내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