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비보 그 후…선 넘은 악플·보도 행태 '자성의 목소리'

입력 2019-10-15 11:28
수정 2019-10-16 10:25

"고소를 한번 해봤어요. 그런데 유명한 대학교에 다니는 동갑내기 학생이더라고요. 동갑내기를 전과자 만들고 싶지 않아 선처해줬어요."

故 설리는 악플러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음에도 아량을 베풀었다. 이는 설리의 유작이 된 JTBC2 '악플의 밤'에서 했던 말이다.

설리는 세상을 등지면서 어떤 유서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악플에 시달리며 14년간 연예인으로 살아온 삶의 명암을 그가 그동안 털어놓았던 발언들에서 조금이나마 추측해 볼 수 있었다.

그는 "악플 때문에 대인기피증이 있고, 골목을 찾아다닌 적도 있다"고도 했다. 설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악플'을 감내하며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왔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설리는 동료 연예인이 악플을 읽고 그에 대한 속내를 드러내는 부분에서 자신의 상황을 대입하며 동료를 다독이기도 했다.

하지만 스스로의 불안은 극복해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며 하차할 예정이었다고 알려졌다.

이에 시청자들은 해당 프로그램이 "가학적 방송"이라며 폐지를 요구하며 존폐 기로에 서있다.


설리가 세상을 떠난 후 악성 댓글은 애도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설리의 죽음을 희화화하는 댓글이 만연히 게재되고 있는 상황이다.

래퍼 민티는 고인을 애도해야 할 시기에 저격성 게시물을 올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녹음받아 보컬튠하던 가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던, 남겨진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라는 글을 썼다.

네티즌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지인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참담한 심정을 적은 글"이라고 해명했다.

걸스데이 출신 방민아는 설리를 애도하는 글을 올렸다가 "너도 가고싶냐?"라는 도 넘은 악플을 받아 분노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하자는 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아직 25살 밖에 안된 어린 최진리(설리)가 악플러들에 의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터넷 실명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고인과 유가족을 배려하지 않는 과도한 보도 행태도 구설수에 올랐다.

유족 측은 빈소, 발인 등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소속사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한 연예매체는 '단독'이라는 문구를 달아 장례식장을 공개했다. 네티즌의 비난이 쏟아지자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뿐만아니라 또 다른 매체는 자택에서 시신이 운구되는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보도하기도 했다.

한 지상파 방송에서는 경찰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유서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해당 매체가 보도한 기사의 댓글에는 기사 삭제를 요구하며 "성숙한 보도가 필요한 때"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설리즌 지난 14일 성남구 수정구 주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설리의 매니저는 전날 설리와 통화한 후 연락이 닿지 않아 집으로 찾아갔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설리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믿기지 않고 비통할 따름"이라면서 "갑작스러운 비보로 슬픔에 빠진 유가족 분들을 위해 루머 유포나 추측성 기사는 자제해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설리 유가족들은 조용히 장례를 치르길 원한다고 소속사에 전했고 빈소, 발인 등 모든 절차는 비공개다.

故 설리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서 출생해 2005년 SBS 드라마 '서동요'를 통해 아역 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SM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걸그룹 f(x)로 2009년 데뷔해 2015년까지 활동하다 탈퇴했다.이후 영화 '리얼',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 특별 출연, JTBC2 '악플의 밤' MC로 나서는 등 활약해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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