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대표적 직접 수사 부서인 특별수사부를 축소하고, 검찰에 대한 감찰권을 강화하는 검찰개혁 방안을 14일 발표했다. 그가 법무부 장관으로 재임한 35일간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이었다. 그러나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오히려 정치적 목적이 고려됐고, 검찰의 중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전국 검찰청 특수부를 서울과 대구, 광주 등 세 곳만 남기고, 약 45년 동안 사용한 특수부 명칭을 ‘반부패수사부’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사 범위도 공무원 직무 관련 부패 범죄, 중요 기업범죄 등으로 한정했다. 이 같은 방안은 15일 국무회의 의결 후 즉시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법무부는 수사관행도 대폭 수술해 이달 장시간·심야조사 제한, 부당한 별건수사·수사장기화 금지, 출석조사 최소화 등의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검찰공무원의 비위 발생 시 각 검찰청이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법무부의 직접 감찰 사유를 추가하는 등 검찰에 대한 1차 감찰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의 법무부 감찰규정(법무부 훈령)은 이달 개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특수부를 세 곳만 남기기로 한 데 대해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건 수로 따지면 서울 수원 부산 등에, 인구로 따지면 서울 부산 대전 등에 특수부가 설치되는 게 맞다. 그런데도 유독 대구와 광주에 특수부를 남기기로 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소속 국회의원이 다른 당 소속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광주지역은 소속 국회의원의 정당이 대안정치연대 3명, 바른미래당 3명, 더불어민주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유독 민주당이 약세를 보인 곳이다. 대구·광주지검 특수부의 주된 기능이 지자체장 및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라는 점에서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한 검사는 “서울 다음으로 큰 부산지검의 특수부를 폐지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 내 부산지역 인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배려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추가 기소 시 관할 검찰청을 대구지검으로 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맡고 있지만 1차 기소가 마무리된 뒤 2차 기소나 공소유지 담당을 동양대를 관할하는 대구지검이 맡게 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검찰에 대해 1차 감찰권을 갖게 되는 것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감찰권을 법무부가 행사하면 ‘감찰’을 빌미로 법무부 장관이 일선 청의 수사자료까지 볼 수 있게 된다. 이 밖에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등 다섯 가지로 선정한 검·경수사권 조정법안과 현 검찰개혁안이 맞지 않는 점도 향후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