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창립 이래 처음으로 단기 희망휴직 제도를 도입한다고 14일 발표했다. 시행 이유로 직원들의 자기계발, 가족돌봄, 재충전 등 요구를 꼽았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선 최근 실적 악화에 따른 인건비 등 비용 절감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대한항공에 따르면 근속 만 2년 이상의 휴직 희망 직원을 대상으로 다음달부터 최대 6개월 휴직할 수 있는 제도를 실시한다. 인력 운영 측면을 감안해 운항승무원, 해외 주재원, 국내·외 파견자, 해외 현지직원은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희망자의 경우 이달 25일까지 휴직 신청서를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11월부터 내년 5월까지 기간 중 3개월을 휴직할 수 있다. 1회에 한해 최대 추가 3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대한항공은 제도 도입 배경에 대해 "직원들의 다양한 요구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재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상시 휴직제도의 경우 휴직 기간이 통상 1~3년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길다. 단기간의 휴직이 필요한 직원의 경우 상시 휴직제도가 부담스러웠지만 신규 제도 도입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단기 희망휴직 신청제도 도입은 창립 이래 처음"이라며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업무문화 개선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어 "3개월 정도의 짧은 휴직에 대한 직원들의 요구가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 희망휴직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항공업계 전반의 실적악화가 대한항공에도 현실화했다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 수출 등 물동량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화물 부문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일본 여행 불매(보이콧 재팬)' 여파가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이달부터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국내선 화물 운송 서비스 일부를 중단하기로 한 바 있다.
원화 약세도 대한항공의 실적 발목을 붙잡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변동할 때 약 920억원의 외화평가손익과 240억원의 현금 추가유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일본 여행 자제 운동 여파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공급을 집중하고 있는 동남아 노선에서 운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을 비롯한 대형항공사(FSC)와 LCC 모두 3분기 실적이 부진해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LCC 이스타항공은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21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46.49%)난 것으로 추정된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여객 부문은 선방했지만 운임 하락이 불가피했고, 화물은 예상대로 부진하다"며 "원화 약세의 악영향을 고려하면 영업외 환 관련 손실이 3600억원 이상 반영되며 당기순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단기 희망휴직 신청은 최근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업무문화 개선의 일환일뿐 시장에서 제기하는 실적악화와는 무관한다”라고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