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하"
'펭수 하이'라는 뜻이다. 요즘 유튜브 좀 본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인사를 모르면 '아싸'(아웃사이더)다. 2m10cm 대형 펭귄 펭수가 참을 수 없는 귀여움과 당돌함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덩치는 크지만 펭수는 이제 겨우 10살. 성별도 모르고, 버릇도 없고, 의식의 흐름대로 행동하면서 심심하면 EBS 사장을 '김명중'이라고 친구처럼 부르는 펭수에게 어린이는 물론 2030 어른들까지 열광하고 있다. '자이언트 펭TV' 주요 내용은 기초 지식을 전하거나 새로운 체험, 인물들을 소개하는 정보성 콘텐츠이지만 톡톡 튀는 펭수의 매력이 어른들까지 끌어들였다. 입소문을 탄 '자이언트 펭TV'는 5만 구독자 돌파를 축하하며 라이브 방송을 한 지 한 달도 안 돼 19만 명으로 구독자수가 늘었다.
수 년 동안 공고했던 EBS 최고 펭귄 스타 뽀로로를 단숨에 위협하는 펭수를 직접 만났다. 유튜브에서도 빈틈없는 오디오를 자랑했던 펭수는 어떤 질문에도 솔직하고 톡톡 튀는 답변으로 준비된 '우주 대스타'의 면모를 보여줬다.
◆ 안녕, 펭수
펭수의 고향은 남극이다. 자이언트펭귄 품종으로 친구들보다 유달리 큰 몸집을 자랑했던 펭수는 "수영을 하고 얼음을 건너서" 한국에 왔다. 펭수의 꿈은 우주대스타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한 건 올해 3월. 아직은 EBS 소속 연습생으로 경기도 일산 EBS 사옥 지하 소품실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우주 정복을 하는 우주 대스타가 되겠다"면서 오늘도 쉼 없이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한 2달 만에 알아보시는 분들이 늘어났어요. EBS 선배님들과 함께 찍은 'E육대'(이육대) 영상이 인기를 모으면서 더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고요. 이제는 밖에 나가면 많이들 알아보세요. 사람들이 저를 보고 웃어주면 기분이 좋아요. 지금도 많이 좋아해주시지만 아직 멀었어요. 제 목표는 우주대스타니까요."
펭수를 단숨에 유튜브 스타로 만들어준 '이육대'에는 EBS 간판 캐릭터들인 번개맨, 뽀로로, 방귀대장 뿡뿡이, 뚝딱이 등이 총출동했다. MBC 명절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인 '아육대'를 패러디한 '이육대'는 인간대 비인간으로 팀을 나눠 자존심을 건 대결을 펼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인간대 비인간으로 나눠 경기를 펼칠 때 "형평성을 위해 각기 다른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냈다는 펭수는 '자이언트 펭TV'에 단순한 출연자에서 나아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도 한다.
"소품실에서 매트를 깔고 자는 것을 보고 '펭'동학대라는 반응도 있다"는 말에 "2000평 소품실 전체가 제 것"이라며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춥진 않냐"는 걱정에도 "시원하다"며 "펭귄은 남극에서 왔기 때문에 한국에서 추운 건 끄떡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돈이 필요한 상황마다 "김명중"이라고 말해 "김명중 사장이 불편해하진 않냐"는 질문에도 "얘기 듣는 건 전혀 없다"며 "오히려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 펭수의 종횡무진 활약
"EBS에서 잘리면 KBS에 가겠다"는 말을 하자마자, KBS 공식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언제든 오라"며 러브콜을 보내고, SBS 파워FM '배성재의 텐'에도 출연하며 소속을 뛰어 넘는 활약을 하고 있는 펭수다.
"방송인에게 방송국을 구분할 필요가 있냐"고 '펭성'(펭수 인성) 논란 발언을 했다가도, "계약이 없어도 (EBS와는) 가족이다. 우린 평생 간다. 잘하면 참치도 더 준다"면서 '의리'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스케줄은 늘었지만 인스타그램 관리나 DM 등도 직접 보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촬영하고, 뽀득뽀득 씻고 DM하고, 참치 먹고 자는 것"이 일과일 정도로 팬들과 소통은 펭수의 하루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힘들었는데 펭수 덕에 행복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DM을 보면서 느낀 건데 아픈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몸이 아픈 분들, 병이 나서 아픈 분들이 '펭수 덕분에 행복하다'고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 "내 라이벌은 나 자신"
초반에 같은 펭귄이자 EBS 대스타 선배인 뽀로로와 신경전을 벌이며 '펭성' 논란을 자처했다. '이육대'에서도 경기에서 진 후 뽀로로를 찾아가 화풀이를 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펭수는 "라이벌은 내 자신"이라며 뽀로로에게 더이상 경쟁의식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을 옥상으로 불러냈던 EBS의 또 다른 선배 뚝딱이에 대해서도 "가장 친하다"며 친근감을 보였다.
그런 펭수에게도 방탄소년단은 스타였다. 펭수는 "앞으로 방탄소년단과 함께 방송하고, 백상예술대상에서 상을 받고 싶다"면서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남극에서 한국에 와서 생활하는 게 힘들진 않아요. 전 이렇게 슈퍼스타의 길을 가고 있으니까요. 부모님께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건 아쉽지만, 남극 연구 박사님이 연락을 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부모님께 자랑할 수 있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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