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세대’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할 때는 ‘취업난’이란 단어가 없던 시절이었다. 이들이 취업하던 시기는 한국 경제가 이른바 ‘3저(저달러·저유가·저금리) 호황’을 누리던 1980년대 말~1990년대 중반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도 주니어 사원이었던 이들에게는 직장에서 내몰릴 만큼 재앙은 아니었다. 이들 50대는 지금도 산업현장은 물론 공공부문에서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으며 안정적인 일자리를 다수 차지하고 있다.
평균근속 18년 ‘일자리 철옹성’
대표적인 고연봉 업종인 정유·화학산업은 586세대의 대표적인 ‘철옹성 일자리’ 중 하나다. 울산의 한 유화업체 현장 근로자 1300여 명 중 50대 이상은 780여 명에 달한다. 20대 근로자는 최근 몇 년 새 신규 채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5%(60여 명)에 그치고 있다. 이 회사의 평균 연봉은 1억2800만원(2018년 기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장치산업 특성상 기존 근로자가 퇴직하지 않으면 신규 채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선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빅3’ 업체인 경남 거제의 한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생산직 근로자 5500여 명 중 50대 이상이 30%(1650여 명)에 이른다. 입사한 지 10년 안쪽의 20대 직원은 전체 근로자의 5%인 280여 명, 30대 직원도 25% 수준인 1400여 명이다. 회사 인사팀 관계자는 “신규 채용이 거의 없다 보니 근로자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조선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18년에 달한다.
현대차 노조원 2명 중 1명은 50대
연공서열의 호봉제 임금체계 속에서 평균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회사 부담은 커진다. 조선회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자연스럽게 신규 채용이 아니라 사내하청으로 눈을 돌렸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엔 각각 200개 안팎의 사내 하청업체가 있다. 이들은 주로 선박 외관을 구성하는 블록 조립 등을 한다. 대부분 20~30대인 이들 하청업체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000만원가량이다. 반면 조선사에서 20~25년 근무한 50대 기장(과장급)의 연봉은 8000만원을 웃돈다.
1억원에 육박하는 연봉을 받는 50대 대기업 근로자들은 노동조합 우산 아래 기득권을 보호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속해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 조합원 중 50대 비중은 39.2%에 달한다. 현대차지부의 경우는 조합원 5만161명(2018년 7월 기준) 중 47.8%가 50대다. 20~30대 근로자는 24%에 불과하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노조 있는 대기업 정규직에 과도한 혜택이 집중된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일 하는데 임금은 두 배 이상
50대의 ‘좋은 일자리 독점’은 공공기관도 다르지 않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대표적이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전국 기차역은 224개다. 이 중 서울, 부산역 등 11개의 매표 업무는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가 맡고 있다. 나머지 역에서는 코레일 직원이 직접 표를 판다. 같은 매표 업무지만 이들의 처우는 천양지차다.
코레일 정직원 1인당 평균연봉은 6717만원(2019년 6월 기준)인 데 비해 코레일네트웍스 직원(무기계약직이 91%)은 3200만원이다. 처우와 고용안정성의 바로미터 격인 평균 근속연수는 코레일이 20년, 코레일네트웍스는 7.3년에 불과하다. 코레일 임직원은 총 2만8712명, 이 가운데 50대 비중은 34.3%(9849명)다. 코레일은 기간제 근로자 58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직원이 일반정규직으로 무기계약직은 한 명도 없다.
백승현/김보형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