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의 의혹을 규명하는 검찰 수사가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장시간 조서 열람과 법원의 잇따른 영장 기각으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 교수는 그동안 네 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지만 식사시간과 휴식시간을 빼고 약 46시간의 조사시간 중 피의자 신문 조서 열람에 절반이 넘는 24시간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계좌추적과 휴대폰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잇따라 기각해 수사 일정도 계속 뒤로 미뤄지고 있다.
열람에만 24시간…“통째 외우는 듯”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정 교수가 지난 12일 오전 9시 검찰 조사를 받기 시작해 13일 새벽 1시50분쯤 귀가했다고 밝혔다. 실제 조사는 휴식과 식사시간을 포함해 오후 5시40분까지 약 8시간40분간 이뤄졌고, 이후 조서 열람에만 7시간가량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네 차례 소환 조사에서 정 교수의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규명했고 앞으로 조 장관 일가의 사학재단(웅동학원) 비리 혐의를 조사할 전망이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전에 한두 차례 더 소환 조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국정감사 일정(15일 법무부, 17일 대검찰청)과 관계없이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이번주 내 영장 청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의 구속영장 청구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는 것은 정 교수가 조사보다는 조서 열람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정 교수가 문답형태로 기록된 검찰 조서를 거의 통째로 외운 뒤 이를 복기해 변호사들과 방어논리를 구축하는 데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교수는 지난 5일 2차 소환 조사 때는 3시간만 조사받고 11시간을 조서 열람에 썼다. 지난 8일 3차 소환 때도 실제 조사시간에 버금가는 열람시간(5시간)을 가졌다. 법조계에서는 최장시간 조서 열람으로 화제가 됐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36시간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法 계좌추적 기각에 우회로 찾는 檢
검찰은 법원의 잇따른 증거물과 웅동학원 핵심 피의자에 대한 영장기각으로 수사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여러 차례에 걸쳐 조 장관과 정 교수, 자녀들의 계좌추적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당했다. 조 장관 일가가 펀드에 투자한 20억원의 출처를 확인하려면 계좌추적은 필수다. 법원은 조 장관 부부의 휴대폰 압수수색 영장도 두 차례 이상 기각했다. 이로 인해 검찰이 조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과 웅동학원 의혹 수사에서 ‘직진’하지 못하고 ‘우회’하느라 수사 일정이 늦어졌다는 분석이다. 재경지검 한 관계자는 “자금 흐름을 쫓는 게 수사의 기본인데, 계좌추적까지 모조리 기각한 사례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웅동학원 관련 허위소송과 채용비리 범죄를 총괄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조 장관 동생 조모씨가 “아프다”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불만이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은 피의자의 영장을 기각한 사례는 2015년 이후 22건 중 단 1건뿐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강성수)는 18일 오전 11시 자녀 입학 관련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