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이 자동차 부품업계와 소통을 강화하고 나섰다. 부품회사 대표들과 잇따라 만나 위기 극복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완성차업계의 판매 부진 탓에 공장 가동률 하락과 자금난 위기에 직면한 부품업계를 다독이기 위해서다.
13일 자동차 및 부품업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디엠씨 회장)과 만났다. 신 이사장은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 단체(회원사 250여 곳)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을 15년째 이끌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먼저 회동을 제안했다. 부품업계가 무너지면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고민이 녹아든 제안이었다는 분석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자동차 부품산업의 경쟁력이 곧 한국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 전체 발전의 원동력”이라며 “자동차 판매 부진과 복잡한 대내외 변수로 부품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이사장은 “경영난에 시달리는 부품사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도와달라. 추가 ‘CR(cost reduction·원가절감)’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 대표 수백여 명을 제주 해비치호텔에 초청하기도 했다. 자동차산업 전반에 대한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업계에선 정 수석부회장이 부품업계와 직접 소통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대·기아차는 매년 한두 차례 부품 협력사 대표와 만나는 공식 행사를 연다. 통상 현대·기아차의 각 구매본부장이 행사를 주관해왔다. 그만큼 정 부회장이 부품업계 경영난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그룹 경영을 도맡은 후 협력사들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고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