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마자 ‘아! 먹고싶다’란 생각이 들게 포장 디자인을 개선해보면 어떻겠습니까.”
지난 11일 ‘스마트비즈엑스포’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부각마을’ 부스에 방문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이 잠시 대열에서 이탈했다. 부각마을은 전남 나주 백옥찹쌀을 전남 완도산(産) 김에 발라 튀겨 만드는 ‘김부각’을 판매하는 업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에 참여해 이번 엑스포에 참가했다.
윤 부회장은 포장된 김부각 제품을 10초 정도 만지작거리며 유심히 살피더니 부스에 나와 있던 부각마을 직원에게 이같은 조언을 건냈다. 제품은 특별한 디자인이 없는 연두색이나 황토색 포장지로 쌓여 있었다. 기자가 보기에도 깔끔해보이긴 했지만 ‘꼭 사고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스마트비즈엑스포는 삼성전자의 노하우를 전수 받아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중소기업 등이 참가해 제품을 알리는 행사다. 2016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엔 지난 8~11일 열렸다. 윤 부회장이 엑스포에 참석해 참가 업체 부스를 돈 것은 삼성전자의 CR(Corporate Relations) 담당 부회장을 맡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어서다. 부각마을 뿐만 아니라 삼송캐스터, 오토스윙, 천일금형, 동성사, SBB테크 등 이날 현장투어가 진행된 기업 부스에선 제품을 들고 이리저리 살피는 윤 부회장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디테일을 챙기는 윤 부회장의 평소 성품이 행사장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중기부와 500억원씩 총 1000억원 규모 기금을 조성해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돕는다. 약 2500개 중소기업이 삼성전자의 지원 대상이다. 중소기업이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참여 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쳐 지원 대상이 결정된다. 삼성전자는 선정엔 관여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이날 네이버 등에 이어 7번째 ‘자상한 기업’에 선정됐다. 자상한 기업은 ‘자발적 상생협력 기업’을 줄인 말이다. 중기부의 상생협력 프로그램으로 대기업이 보유한 기술·인프라·노하우 등을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공유하는 것이다.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담당하는 김종호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장(사장)은 “삼성전자에서 내로라하는 생산 전문가 200명이 모여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 등 생산 효율화를 지원하고 있다”며 “물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 ‘잡는 법’을 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노하우를 전수 받은 중소기업들도 ‘만족감’을 표했다. 박 장관의 부스 투어 때 업체 대표들은 “삼성 덕분에 큰 성과를 내고 있다”며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한 중소업체 대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술까지 덤으로 전수 받아 제품 혁신을 이뤘다”고 했다. 또 다른 대표는 “삼성전자 공정 효율화 팀이 직접 회사를 방문해 노하우를 전수해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중소기업에 좀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점을 고민할 것이라는 뜻을 나타냈다. 윤 부회장도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에 대해 “아직 많이 아쉽다”며 “금액이나 인력 등 투자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