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을 알아듣고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집어 건네줄 수 있는 로봇 팔이 200~300달러라면, 음식점 주인들은 사지 않을까요?”
구글의 로봇 사업 연구를 총괄하는 빈센트 반호케 디렉터(사진)의 말이다. 그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에서 LG테크놀러지벤처스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공동 주최한 ‘2019 MIT 스타트업 실리콘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인공지능(AI)을 갖춘 로봇 팔을 양산할 수 있는 시기가 머지않았다는 게 이날 강연의 골자였다. 그는 구글의 AI 연구 조직인 ‘구글 브레인’에서 음성 AI와 시각 및 지각 분야 AI 연구를 주도한 인물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구글의 로봇 연구를 이끌고 있다.
강연 직후 기자와 만난 반호케 디렉터는 “로봇 팔은 지금도 산업 현장에서 두루 사용되고 있지만 특정 물건을 들거나 나사를 돌리는 등 미리 약속한 일만 하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사람처럼 현장의 상황을 이해하고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물건이 섞여 있는 바구니에서 물건을 꺼내 수m 떨어진 다른 바구니에 던져 넣는 로봇을 보여줬다. 기계학습을 통해 같은 종류의 물건을 정확히 분류하는 비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는 게 반호케 디렉터의 설명이다.
과거 구글은 인간처럼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집중했다. 재난구조용 로봇 제조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전략은 구글의 로봇 사업을 주도해온 앤디 루빈 부사장이 2014년 성추문 사건으로 물러나면서 백지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숨을 고른 구글은 최근 로봇 사업을 재개했다. 구글이 제시한 대안은 ‘서빙용 로봇 팔’과 같은 산업용 로봇이다. 상용화가 쉬운 분야에 집중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설명이다. 일찍부터 산업용 로봇에 집중해온 LG전자와 비즈니스 전략이 같다.
반호케 디렉터는 “산업용 로봇의 성능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때문”이라며 “구글이 AI 분야에서 쌓아온 성과들이 로봇 연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로봇 팔은 몇년 전만 해도 수백만달러를 주고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수천달러까지 가격이 떨어졌다”며 “가격이 좀 더 내려가면 식당이나 병원에서도 로봇 팔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샌타클래라=좌동욱 특파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