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등에서 칫솔 할인행사를 하면 큰 고민 없이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사람이 신체 치수에 따라 옷을 사는 것처럼 칫솔도 치아 상태에 맞춰 선택해야 한다. 치주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박준봉 강동경희대병원 치주과 교수(사진)는 “치주질환은 양치질로 예방 가능한 질환”이라며 “전문의와 상담해 치아 상태에 맞는 칫솔을 고르고 정확한 칫솔질을 해야 치주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1047만8365명이었던 치주질환과 치은염 환자는 지난해 1574만9259명으로 50% 정도 늘었다. 20대 환자 증가율은 60%로 가파르게 늘었다. 박 교수는 “치주질환과 치은염은 잘못된 칫솔질과 음주·흡연·스트레스 등이 원인”이라고 했다.
이들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칫솔을 선택해야 한다. 칫솔질을 제대로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 유치는 상하 높이가 짧다. 위턱 앞니는 좌우 너비보다 상하 높이가 짧다. 이 때문에 잇몸은 높이가 낮고 넓게 퍼져 있다. 성장하면서 영구치가 올라올 수 있도록 치아 사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유치의 법랑질 두께는 영구치보다 얇다. 충치가 생길 위험이 크고 충치가 생기는 속도도 빠르다. 유치에서 영구치로 바뀌는 시기이기 때문에 치아가 뼛속에서 잇몸을 뚫고 올라오는 동안 통증도 호소한다. 아이들이 칫솔질하기 싫어하는 이유다. 이때는 음식물을 씹는 면을 중심으로 치아를 닦아주는 것이 좋다.
성인이 되면서 영구치가 자라면 치아의 상하 길이가 길어진다. 치아 사이 잇몸도 뾰족하고 높아진다. 성인 치아는 유치보다 길기 때문에 치아 사이가 움푹 들어가 칫솔모가 잘 닿지 않는다. 이때는 잇몸과 치아 경계부를 중심으로 치간 사이에 칫솔모가 들어갈 수 있도록 힘을 주며 상하 진동하듯 닦아야 한다.
60세 이상 고령층은 치아 사이가 뚫려 공간이 생긴다. 잇몸이 내려가는 증상도 생긴다. 치주병이 있으면 이런 증상이 심해 음식물이 많이 끼게 된다. 젊을 때보다 침이 덜 분비돼 입속이 뻑뻑하고 건조하다. 잇몸이 내려가 치아 뿌리가 보인다면 칫솔 종류와 칫솔질 방법을 바꿔야 한다. 보철물이나 임플란트를 했다면 입속 구조가 바뀌기 때문에 특수한 모양의 칫솔을 쓰는 것이 좋다. 사용하는 칫솔을 치과에 가져가 자신에게 적절한 제품인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노년기에는 칫솔질을 너무 열심히 하면 치근이 닳아 오히려 충치가 잘 생긴다. 치근에 충치가 생기면 치료가 까다롭다. 무조건 열심히 칫솔질하는 것보다는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연령이나 상황에 따라 치아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칫솔을 선택할 때도 신경 써야 한다. 신발이나 옷을 구입할 때를 생각해보면 쉽다. 신발을 살 때는 아무리 가격이 저렴하고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도 발에 맞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 대부분 신발을 신어보고 불편한 점이 없는지 확인한 뒤 구입한다. 옷이나 다른 물건도 마찬가지다. 박 교수는 “칫솔을 살 때 가격만 보고 구입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칫솔모의 형태와 크기가 자신의 치아에 잘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치주질환과 이로 인한 다른 전신질환을 막기 위해서는 매일 습관처럼 하는 칫솔질 습관을 바로잡아야 한다. 열심히 칫솔질하지만 치과에서 잘못 닦았다고 핀잔을 받은 적이 있다면 칫솔질 방법을 올바르게 해야 한다. 보철물을 끼거나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다면 기존에 쓰던 칫솔을 바꿔야 한다. 칫솔이 자신에게 맞는지, 올바른 칫솔질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치과다. 치과의사에게 상담받는 것이 좋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