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3선 이상 중진들이 주요 시·도당위원장 자리에 앉으며 광역단체 총선 지휘봉을 잡고 있다. 내년 총선이 중요한만큼 ‘중진역할론’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10일 한국당 등 국회에 따르면 울산시당위원장은 5선인 정갑윤 의원이 맡았다. 총선 출마자들의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이 지역 내 최다선인 정 의원이었다는 설명이다. 울산지역은 통상 윤번제식(돌아가면서 차례대로 하는 방식)으로 시당위원장을 정해왔는데 내년 총선체제에선 맞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았다.
충북도당은 4선 정우택 의원이 위원장 자리에 앉았다. 정 의원은 원내대표를 두번이나 맡았던 중진이다. 한국당 소속 청주시의원 13명 전원은 ‘도당위원장 수락 호소 의견서’를 정 의원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풍부한 경륜과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정 의원이 도당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강원도당은 3선 권성동 의원이, 부산시당 역시 3선 유재중 의원이 나섰다. 총선을 앞둔 시·당위원장은 통상 초재선 그룹에서 맡아오는 게 관례였던 것을 깨고 중진 의원들이 연달아 자리를 맡은 것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은 ‘여소아대’ 구도를 만들어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창출해야하는 중요성이 큰 만큼 지역 좌장이자 최다선 중진들이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시·도당위원장은 총선 때 공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직으로 통했다. 언론에 노출될 기회가 많아 지역 내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됐다. 그러나 광역단체 총선 전반을 관리해야하는 ‘봉사직’으로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지역구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자리를 꺼리는 현역 의원들이 많아졌다.
한 국회 관계자는 “중진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물갈이론’에 부담을 느껴 위원장에 나섰을 수도 있다”며 “원외위원장이나 초선 의원들과 달리 지역 내 기반이 탄탄한 경우가 많아 지역구 관리 부담도 비교적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