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퇴' vs '조국 수호'…광화문·서초동 집회 누가 이끄나

입력 2019-10-11 14:08
수정 2019-10-11 15:42

주말 및 공휴일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와 수호를 외치는 집회들로 서울도심이 들썩거리고 있다.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는 조국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보수집단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대검찰청이 있는 서초동 일대에서는 검찰개혁과 조국 수호를 외치는 진보세력의 집회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는 오는 12일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제9차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연다. 진보세력 유튜버인 이원종 시사타파TV 대표가 이끄는 이 단체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주도한 ‘개싸움 국민운동 본부(개국본)’와 동일한 곳이다. 한일관계가 나빠지면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였지만 지난 8월 중순 조 장관 일가를 둘러싼 의혹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조국 수호’로 활동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이 대표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친여 성향의 정치 해설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현 범국민시민연대 대표는 안중근평화실천단, 양승태 구속 의용단이라는 이름의 조직에서 ‘단장’을 맡았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부터 대법원 인근이나 광화문 광장에서 ‘양승태 구속 촉구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 외에도 개그맨 노정렬씨, 진보성향 언론인 ‘서울의 소리’ 대표 백은종씨도 이번 시위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집회가 세력을 급속도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스스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지난달 26일 이후부터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커뮤니티인 ‘클리앙’과 ‘MLB파크’ 등에 조국 시위에 참가하자는 홍보글이 돌았고, 집회 참여자들이 급증했다. 개국본은 자발적인 집회 참여와 후원금, 자원봉사자들로 집회가 꾸려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조직적으로 집회를 지휘하는 세력이 있는 거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전국적으로 관광버스를 동원하는 등 컨트롤 타워가 없으면 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별도로 집회 자금을 대는 쪽이 있는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편 조국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보수세력들의 집회 중심에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가 있다. 이 단체는 유튜브 채널 ‘너알아TV’를 운영하고 있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이 대표를,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 총괄 본부장을 맡아 지난달 20일 출범했다. 여기에 우리공화당 등 보수세력이 합류하며 조국 사퇴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세력도 빠르게 불어나는 양상이다. 범투본에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종교 단체와 전국구국동지연합회, 북한민주화위원회 등 1460여개의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노태정 자유통일대표가 총괄실행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김무성, 심재철 등 자유한국당 의원과 오세훈, 홍준표, 김문수, 차명진 등의 정치인, 이문열 작가 등이 108명의 시위 준비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범국본의 주축은 기독교 세력이다. 장경동 중문교회 목사 등 27명의 한기총 소속 목사들이 준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 목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교회에 있는 ‘애국 헌금’과 ‘청교도영성훈련원’이라는 목회자 모임에서 집회에 필요한 자금이 거의 나왔다”며 “지난 3일 집회에서 거둔 헌금은 1억 7000만원 수준이지만 실제 집회 비용의 10분의 1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