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미·중 스몰딜 가능성, 돼지열병 때문?

입력 2019-10-11 08:24
수정 2019-10-11 08:42
"중국과의 협상에서 중요한 날이다. 그들은 딜을 원한다. 하지만 나는? 내일 (류허) 부총리를 백악관에서 만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오전 9시49분 띄운 트윗은 이번 무역협상에서 '스몰딜'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덕분에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150.66포인트, 0.57% 올랐습니다. 또 S&P500 지수는 0.64%, 나스닥은 0.60% 상승했습니다.

월가에서 현실성 있게 나오는 얘기는 미국은 15일 예정된 2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25→30%)을 연기하는 대신, 중국은 환율협정 체결에 동의하고 농산물 구매를 확대하는 스몰딜을 맺는 것입니다.
국가보조금, ‘중국제조2025’ 등 산업정책 등에 대해 논의하지 않겠다는 중국이 환율협정, 농산물 구매 등을 들고 나온 건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때문이라는 분석이 월가 일부에서 나옵니다.

중국은 세계 돼지 사육두수의 60%를 차지하는 나라입니다. 전 세계에는 7억8000만마리의 돼지가 있는데 중국에서 사육되는 게 4억4000만마리 수준입니다.



이는 소비가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중국인들의 육류 소비에서 돼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64%에 달합니다. 절대적 비중이지요.

이런 중국에서 작년 8월 돼지열병이 발생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로는 돼지열병으로 살처분된 돼지는 최근까지 117만마리 수준입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이런 통계를 믿지 않습니다. 살처분을 포함해 돼지열병 확산을 막기위해 미리 도축한 돼지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의 50~60%가 도축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라보뱅크는 지난 7월 중국내 돼지고기 공급량이 1년전보다 40% 감소했으며, 2019년 말에는 돼지 사육두수가 1년전보다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이는 중국내 돼지고기 값 폭등을 부르고 있습니다.
중국 통계청에 따르면 8월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대비 46.7% 증가했습니다. 이 때문에 인플레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8월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2.8% 올라 8년만에 가장 높게 올랐습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올해 중국 인플레이션은 목표인 3.0%보다는 낮겠지만 내년엔 평균 3.5%, 경우에 따라 4%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돼지고기 값은 앞으로 훨씬 더 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월가의 전문가는 "절반 가까운 돼지가 죽었는데 가격이 46.7% 밖에 안오른 이유는 지금은 전염병에 걸릴까 도축한 수많은 돼지고기 냉동육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들 냉동육이 다 소비되고 나면 돼지고기 수급이 무너져 값이 몇 배나 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돼지열병은 현재 백신이 없습니다. 변종이 워낙 많아 업계에서는 백신 개발에 10년 가량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 많은 돼지가 죽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되면 중국이 돼지고기를 수입할 곳은 미국 밖에 없습니다.
세계 돼지의 60%는 중국, 20%는 유럽, 10%가 미국에서 자라는데 유럽은 돼지열병이 발병한 적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돼지열병이 없는 곳은 미국 뿐입니다.


결국 중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환율을 절상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입물가라도 낮춰야하는 겁니다.
또 미국으로부터 농산물인 돼지고기 수입을 늘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해석하면 중국의 양보 카드는 내부 필요에 따른 것이고, 실제 미국이 원하는 알맹이는 내놓지 않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월가의 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이제 더 이상은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무역갈등을 현 수준에서 더 높아지지만 않게 관리하면서 내년 대선 결과를 지켜보려는 것 같다"고 예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