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는 공모기업들의 일반 청약 랠리가 시작됐다. 오는 14일부터 연말까지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일반 청약 일정을 확정 지은 기업만 16곳(스팩 제외)에 달한다. 오는 21~22일엔 공모기업 세 곳이 같은 기간에 일반 청약을 받는 등 기업 간 청약 일정이 겹치는 사례도 빈번해질 전망이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공모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팩·리츠까지 청약 랠리 가세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다음주부터 11월까지 일반 청약 일정을 확정해 발표한 기업은 16곳에 달한다.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아 당장 공모 절차에 들어갈 수 있는 기업(스팩, 스팩합병 제외)이 세 곳이 있고, 상장예비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기업도 23개에 이른다. 여기에 최근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도 청약 랠리에 가세해 일반 청약 일정은 더욱 빼곡해질 전망이다. 롯데리츠에 이어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NH리츠 등이 연내 공모를 준비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연내 상장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높은 데다 최근 들어 에이치엘비 등 바이오주가 반등하자 한동안 상장을 늦췄던 바이오기업도 다시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21~22일은 세 곳이 동시 청약
21~22일은 ‘공모주 빅매치’ 날로 손꼽힌다.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주목받는 지누스 △유아용 영상콘텐츠 제작업체 캐리소프트 △음성인식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코넥스기업 미디어젠이 일반 청약을 받는다.
지누스는 14년 만에 유가증권시장 재입성을 앞두고 있다. 최대 1조3000억원대 기업가치에 도전하는 지누스는 2000년대만 해도 전 세계 텐트시장 1위를 차지했으나 사업 다각화에 따른 재무 부담을 이기지 못해 2005년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됐다. 이후 침대 매트리스를 압축 포장해 배송해주는 사업으로 미국 아마존에서 매트리스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로 잘 알려진 캐리소프트는 지난 8월 상장을 자진 철회한 뒤 몸값을 낮춰 코스닥 상장에 재도전했다. 미디어젠은 코넥스 시가총액 30위(455억원)로 코스닥 이전상장을 노린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태양광사업 계열사인 현대에너지솔루션과 영국 패션브랜드 캉골의 가방과 모자를 유통하는 에스제이그룹은 다음달 7~8일 같은 일정으로 일반 청약을 받는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은 이날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내며 연말 IPO 대어로 연내 상장 랠리에 합류했다. 희망공모가 밴드 중 최고가(2만8000원) 기준 예상기업가치는 3360억원이다.
“역발상 투자 고려해야”
청약 일정 중 하루가 겹치는 사례도 빈번하다. 배터리 보호회로를 제조하는 아이티엠반도체와 해외직구 플랫폼 몰테일로 잘 알려진 코리아센터는 일반청약 일정 중 하루(10월 31일)가 겹친다. 주사바늘에 찔리는 통증 없이 약제를 체내로 주입할 수 있는 ‘마이크로니들’을 만드는 의료기기업체 라파스와 한화그룹의 방위산업·정보기술(IT) 계열사인 한화시스템 또한 청약일자 중 하루(11월 4일)가 중복된다.
IB업계는 연말까지 한꺼번에 공모기업이 쏟아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과 투자 자금의 향방이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 증권사의 IPO담당 관계자는 “일반 청약 일정이 겹치면 인기 공모주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나머지 공모주는 소외당하는 경향이 크다”며 “청약경쟁률을 살펴보면서 인기는 다소 적더라도 상장 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은 공모주를 노려보는 역발상 투자도 좋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