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이 자금을 활용해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 지배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아모레G의 이번 유상증자가 중장기적으로 오너 3세의 승계를 위한 포석이 될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아모레G는 약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709만2200주 발행·예정 발행가 2만8200원)를 실시한다고 10일 발표했다. 아모레G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 주식 133만여 주를 내년 말까지 장내 매수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아모레G의 아모레퍼시픽 지분율은 현재 35.4%(보통주 기준)에서 37.7%로 확대된다.
증권업계에선 아모레G가 신형우선주를 발행해 유상증자를 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모레G가 발행하는 신형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높은 배당률을 보장한다. 발행 후 10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보통주로 바꿀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신형우선주 발행을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의결권 프리미엄이 없는 대신 우선주 주가는 통상 보통주보다 낮게 형성된다. 이에 따라 신형우선주를 보통주보다 저렴하게 매집한 뒤 보통주로 바꿔 승계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하려는 수요가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인 민정씨(사진)는 중국 유학을 마치고 최근 아모레퍼시픽에 복귀했다. 민정씨는 아모레G 주식 2.9%(보통주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이고운/민지혜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