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회사 성장의 주요한 요소인 ‘팀워크’에 대한 조사를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라고 부른 이 프로젝트는 사회학자, 조직심리학자, 엔지니어, 통계학자 등이 모여 ‘무엇이 팀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가?’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실험이었다. 연구자들은 구성원의 학력, 성비 균형 등 다양한 가설을 두고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누가 조직의 팀원으로 있는지는 조직 성과에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팀원 간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자신의 의견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는 믿음이었다. 구글이 발표한 ‘성공한 팀의 특성’ 중 첫 번째는 ‘심리적 안정감(psychological safety)’이었다.
에이미 에드먼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종신교수가 쓴 <두려움 없는 조직>은 심리적 안정감을 조직 문화에 녹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심리적 안정감’을 “구성원이 업무와 관련해 어떤 의견을 제시해도 벌을 받거나 보복당하지 않을 거라 믿는 조직환경”으로 정의한다.
책은 먼저 ‘두려움’이 어떻게 조직 성과를 갉아 먹는지를 설명한다. 누군가와 서먹해질 거란 불안감과 해고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구성원이 자기 아이디어나 의견을 거리낌 없이 나타낼 때 조직은 혁신과 성장을 거듭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구글은 실패한 팀에 보너스를 주는 특단의 조치로 직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아스트로 텔러 구글X 최고경영자(CEO)는 “발전 가능성이 전혀 없는 프로젝트에 몇 년 동안 질질 끌며 돈을 퍼붓느니 그 실상을 파악하고 중단시킨 직원에게 그만큼 보상해주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저자는 “리더가 나서서 안전한 실패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구성원이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할 기회를 얻는 것이 구글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한다.
책은 추락하고 실패하는 조직의 공통점으로 ‘침묵’을 이야기한다. 승승장구하던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배기가스 조작 사건)’ 이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건 마르틴 빈터코른 CEO의 ‘공포 정치’ 때문이었다. 그는 직원들을 향해 “앞으로 6주 안에 세계적 수준의 디자인을 뽑아오지 않으면 모두 쫓겨날 각오를 하라”고 겁박했다. 저자는 “관료제로 대표되는 산업화 시대식 일방주의적 성장전략은 더 이상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하는 3단계 지침을 소개한다. 1단계는 실패라는 틀을 새롭게 짜는 ‘토대 만들기’다. 2단계는 리더가 겸손함과 적극적 질문으로 구성원을 독려하는 ‘참여 유도하기’다. 3단계는 진심으로 실패를 축하해줄 용기를 갖는 ‘생산적으로 반응하기’다.
저자는 “침묵하는 조직은 위험하다”며 “세 단계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조직에 체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리더의 최우선 과제는 ‘늘 아이디어가 감돌고 생명력 있게 논의가 오가는 팀’을 만드는 것”이라며 “좋은 인재 영입만큼이나 확보한 우수한 인재들의 능력과 열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환경’을 쏟아내야 한다”고 역설한다.
에드먼슨 교수는 한국의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는 “‘미투’나 ‘갑질’ 등 한국 조직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심리적 안정감의 부재에서 비롯된 결과”라며 “한국처럼 수직적 위계질서가 강한 기업에서도 심리적 안정감을 뿌리내리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