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超프리미엄 제품 확대…미래 성장산업으로 글로벌 위기 넘는다

입력 2019-10-10 16:29
수정 2019-10-10 16:30

LG그룹의 화두는 ‘변화’다. 작년 6월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확고해졌다. 구 회장은 지난달 24일 취임 이후 약 1년4개월 만에 처음 연 사장단 워크숍에서 “앞으로 다가올 위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라며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실행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화해달라”고 주문했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가 닥쳐오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표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LG는 위기 극복을 위해 사업 방식과 체질을 빠르게 변화시켜나갈 계획이다.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 등 주력 사업군을 중심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대하고 자동차 부품, 인공지능(AI), 로봇, 차세대 디스플레이, 5세대(5G) 이동통신 등 성장엔진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것이다.

AI 등 미래성장산업 투자 늘려

LG전자는 올레드 TV, 프리미엄 브랜드 시그니처 제품군 등 가전 시장에서의 강력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 기반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상업용 에어컨, 디지털 사이니지(대형 디스플레이), 빌트인 등 기업 간 거래(B2B) 사업과 오븐, 청소기, 정수기, 에어케어 등 소비자 대상 사업을 적극 육성해 역량 강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미래 전략사업의 조기 육성과 역량 강화를 위해 신설한 ‘로봇사업센터’와 ‘자율주행사업 태스크포스’가 발빠른 변화의 좋은 사례다. 이 조직들은 로봇과 자율주행 관련 중장기적인 투자 및 역량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AI 연구개발(R&D)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있는 연구조직을 통합해 ‘북미R&D센터’를 신설했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을 맡고 있는 클라우드센터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로 이관해 AI 관련 기술 융합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LG스마트업테크페어를 통해 AI 등 최신 기술을 공유하고 체험하는 행사도 열고 있다. 핵심 경쟁력에 대한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모터, 컴프레서 등 LG전자 가전을 글로벌 톱티어(1류) 반열에 올려놓은 핵심부품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플랫폼 최적화와 모듈러 디자인을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OLED 집중 육성

LG디스플레이는 OLED를 디스플레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보고 있다. OLED는 가장 완벽한 검은색을 표현해 LCD(액정표시장치)가 선명하게 나타내기 어려운 무한대의 명암비가 장점이다. 풍부하고 정확한 색표현과 LCD보다 1000배 빠른 응답 속도 등 최고의 디스플레이로 인정받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키로 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인 전략은 대형 OLED 시장 확대와 중소형 P-OLED 사업의 역량 강화다. 차별화된 자동차용 디스플레이를 내세워 새로운 시장 발굴에도 힘쓸 계획이다.

LG화학 2024년 매출 60조원 달성

LG화학은 올해 사상 최초 매출 30조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5년 뒤인 2024년에는 올해의 2배 수준의 매출을 달성하고 영업이익률도 두 자릿수로 올려 ‘글로벌 톱5 화학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석유화학사업에선 고부가 제품 비중을 지속 확대하고 미래 유망소재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 작년 말 중국 화남 공장 증설을 통해 총 200만t의 생산 체제를 구축한 게 대표적이다. 총 2조8000억원을 투자해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과 고부가 폴리올레핀(PO)을 각각 80만t 증설했다. 충남 당진엔 미래 유망소재 생산 단지도 조성 중이다.

첨단소재사업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업과 OLED 소재 사업이 양대 축이다. 기존 편광판뿐만 아니라 TV용 대형 OLED 봉지필름, 모바일용 중소형 OLED 공정용 보호필름 등 제품 라인업을 다각화한다.

전지사업은 선제적인 연구개발(R&D)로 가격, 성능, 안전성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지속 확보하고 시장 선두 지위를 강화할 방침이다. 자동차 전지 사업에서 3세대 전기차(500㎞ 이상)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2020년까지 배터리 생산 능력을 고성능 순수 전기차 기준 170만 대, 용량 기준 100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통신 계열사 LG유플러스는 △선도적인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고객 기대를 뛰어넘는 서비스 제공 △생활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마케팅 등 3대 핵심 가치를 통해 5G 시장 성장을 주도할 계획이다. 구글, 넷플릭스, 엔비디아 등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5G 생태계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연내 통신사 최초로 5G 콘텐츠와 솔루션을 수출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은 한방화장품 ‘후’와 자연·발효 화장품 ‘숨’ 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를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매장을 지속 확대하고 현지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브랜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방침이다.

11.5兆

LG그룹 주력 계열사 LG전자는 지난 상반기(1~6월) 생활가전사업(TV 제외)에서 11조568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 월풀의 상반기 매출(11조3982억원)을 처음으로 뛰어넘어 ‘글로벌 넘버원’ 생활가전업체로 올라섰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