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끌고, 자녀 손잡고 "조국 아웃"…성난 민심, 광화문 재집결

입력 2019-10-09 17:17
수정 2019-10-10 01:47

지난 3일 개천절에 이어 한글날인 9일에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의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날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운동본부’(이하 투쟁본부)는 낮 12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 2차 국민대회’를 열었다. 집회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11시께부터 광화문역은 시민들로 가득 찼다. 참가자들은 ‘조국 감옥’ ‘조국 문재인 이건 아니다’ 등의 손팻말과 태극기를 들고 “조국 구속, 문재인 하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광화문광장부터 숭례문 앞까지 약 1.7㎞ 구간에 인파가 모였다. 투쟁본부의 총괄대표를 맡은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은 “집회 참가자가 1000만 명을 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집회가 끝난 오후 4시께부터 청와대 사랑채로 행진해 오후 10시까지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집회에는 부모들이 유모차를 끌고 나오거나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나왔다. 검은 마스크를 쓰고 참가한 젊은 층도 눈에 띄었다. 충북 충주에서 부모와 두 딸을 데리고 올라왔다는 주부 최은혜 씨(35)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될 때만 해도 정치에 관심이 없었지만 조 장관이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장관에 임명되는 것을 보면서 문제가 크다고 생각해 참석했다”며 “아이들에게도 산 역사 교육을 하고 싶어 함께 왔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집회처럼 투쟁본부 외에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운동본부’ ‘일파만파’ 등 여러 보수단체가 광화문광장 곳곳에서 조 장관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우리공화당은 오후 4시부터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조 장관 구속과 문재인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회’도 개천절 집회에 이어 이날 광화문 집회에 참가했다. 추진위는 조 장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쓴 과거 발언 맞히기 퀴즈를 진행하고, 조 장관의 자녀가 서울대에서 인턴 예정 증명서를 받은 것을 풍자하기 위해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 1000부를 제작해 집회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경찰이 낮 12시부터 광화문 사거리로 이어지는 도로의 차량을 통제하면서 집회 전인 오전 11시께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이날 여의도에서는 조 장관을 수호하는 ‘맞불’ 성격의 집회가 열렸다. 인터넷 커뮤니티 루리웹 이용자들로 이뤄진 ‘북유게 사람들’은 오후 2시부터 ‘시민 참여 문화제: 우리가 조국이다’를 열고 “우리가 조국이다” “조국을 지키자” 등 구호를 외쳤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